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나 예수는 정오나 가까이 되어서 맥아더공원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어 인천국제공원을 연상하게 하고 게다가 아름다운 호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몰려듭니다. 흑인, 백인, 남미계, 멕시코인, 아시아인들의 인종전시장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난하고, 병들고, 마약에 찌들고, 배고프고, 집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전도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 예수는 여러 차례 시범 보였습니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근심의 구름이 얼굴을 잔뜩 덮고 있는 청년이 의자에 앉아 힘차게 터져 오르는 분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 네, 괜찮습니다.”한국말로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나 예수도 한국말을 사용했습니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으신가 보군요.”
“어떻게 아셨어요?”
“사랑과 근심은 얼굴에서 감출 수 없다는 말이 있거든요.”
“앞도 막히고 뒤도 막혔지요. 결혼한 지 석 달이 지났는데 아내가 가출해 버렸어요.”
그는 처음 보는 나에게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결혼사업기관을 통하여 미주교포와 결혼했는데 아내는 어릴 때 미국에 와서 영어는 매우 잘하고 한국말은 서툴답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침에 국밥을 먹어야 힘이 나는데 아내는 빵 한 조각, 우유 한 컵, 반숙계란 하나로 때우자고 우긴 것이 부부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존심이 팍 상해서 한 대 올려붙였더니 그 즉시 집을 뛰쳐나갔답니다.
이혼하면 아내 초청으로 신청해 놓은 영주권이 무효가 되어 미국에 머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한국에 나가자니 미국생활 실패한 꼴을 부모와 친구들에게 보일 수도 없답니다. “앞도 막히고 뒤도 막혔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뿐입니다.”청년은 사나이답지 않게 훌쩍 훌쩍 울었습니다. “이것 봐요. 앞만 막히고 뒤만 막힌 것이 아니네요. 왼쪽도 꽉꽉 막히고 오른쪽도 꽉꽉 막혔습니다.”
나 예수는 일부러 꽉꽉이라는 말에 액센트를 넣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려면 문제의 성격부터 정확하게 깨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에?”청년은 나 예수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격려는 못 할망정 상처에다 소금까지 뿌리느냐는 원망을 담고 있는 눈이었습니다. “그래도 다 막힌 건 아니지요. 한 군데가 열려 있습니다.” “어디입니까?”“예, 하늘 쪽입니다.”
그 청년은 일어서서 군대식 차렷 자세로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나 예수도 일어나 그의 손을 잡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하늘 아버님, 이 청년으로 하여금 하늘을 보며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게 하시옵소서. 무릇 이 청년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버님께서만 하실 수 있다는 걸 믿게 해주시옵소서.”
그 청년의 아멘 소리가 매우 확고했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천둥소리가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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