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사랑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사랑하면 행복을 느낍니다. 사랑받으면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밝아집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런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면 말이 많아집니다. 평소 무뚝뚝하던 사람도 사랑에 빠져들면 쉴새 없이 이야기하려 합니다.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나서도 집으로 돌아가 전화로 두세 시간 또 통화를 합니다. 뭐가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인생의 깊은 고민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묻지 않아도 말하려 하고, 듣고 또 들어도 지루해 하지 않습니다. 무게감은 온 데 간 데 없고 앳된 목소리로 떼를 부리기도 합니다.

사랑하면 함께 하려고 합니다. 상대방이 자신만의 공간 속에 들어와도 경계심을 품지 않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쓰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갈망합니다. 그렇게 청결의식이 강한 사람이었음에도 하나의 빨대로 음료수를 나누어 마십니다. 커플 룩을 맞춰 입고 눈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을 나눕니다. 만지고 싶어하고, 포옹하고 싶어하고, 그런 채로 영원한 시간을 함께 하려 합니다.
사랑하면 주고 싶어합니다. 지금껏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은 그 사람에게 주기 위해 간직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선물하고 싶어하고, 상대의 기쁨을 위해서라면 지구 끝이라도 가서 구해다 주려고 합니다. 그 중에 가장 주고 싶은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그래서 마음을 주고, 몸을 주고, 인생을 주려고 합니다. 줘도 아깝지 않고 주면서도 오히려 부유함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랑, 아니 사랑의 감정이 변한다고 합니다. 불타는 열정, 가슴 뛰는 설레임은 생리학적으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만들어내는 흥분 상태라는군요. 문제는 이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가 한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비가 줄어서 흥분의 감정은 무뎌지거나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연애할 때는 물 불 안 가리고 열정적이었던 사람이 결혼하고 나서는 무덤덤해지기까지 한 것은 바로 이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랑이 식었다고 말들 하지요.

하지만 이를 씁쓸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는 듯합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모든 일을 제쳐놓고 사랑에 미쳐 매일 매일 살아간다면 그의 삶과 미래는 유지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한 사람에게만 사랑의 감정을 쏟아부으며 살 수 없는 많은 문제와 일들이 존재하지요. 자기 개발도 해야 하고,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애인 아닌 친구들과 동료들도 만나야 합니다.

사랑의 흥분이 가라앉는 것은 이제 그런 일을 위해 시간을 나누고 힘을 쏟을 때가 되었다는 창조주의 배려입니다. 그 대신 창조주는 사랑의 대상을 언약의 사슬로 묶어 감정의 자리에서 책임의 자리로 옮겨 놓으십니다.

그러므로 사랑이 식었다고 너무 서러워하지 마십시오. 낭만이 사라졌다고 초라하게 여기지도 마십시오. 일정 기간이나마 그렇게 사랑의 감정과 흥분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었음을 감사하십시오.  이제 사랑이 언약의 공간 안에 들어와 있음을 인식하고 상대를 신뢰하십시오. 그 신뢰에서 나오는 힘과 열정을 당신 자신을 위한 참된 개발에 쏟아부으십시오. 의존적인 존재에서 주도적인 존재로 변화하십시오. 사랑받기를 갈망하는 존재에서 사랑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사람으로 탈바꿈하십시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의 에너지가 진정 당신을 위해 사용될 때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그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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