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목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물론 영혼 보살피기(soul-caring)라고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우리도 하는 것이라는 대답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목사들끼리만 하는 말인데, 목회는 ‘사람 모으기와 돈 모으기’입니다.”

지난 가을 학기 서울신학대학원 ‘현장목회세미나’에서 그런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수강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건 누가 들어도 ‘성경적 대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기독교 ‘안티’들에게 거센 비판의 표적을 제공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이 있어야 영혼을 보살필 것 아닙니까? 돈이 있어야 목회자를 모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양(量)이 있어야 질(質)이 있는 거지요. 예수님도 새끼들을 날개 아래 모으는 ‘암탉 목회’에 성공하시려고 무진장 땀을 흘리셨고, 제자 가운데 예배부장이나 교육부장을 세우신 일은 없으나 재정부장은 목회 초기부터 확실하게 임명하셨잖아요.”

그래서 목회자들은 사람 모으는 일과 돈 모으는 일에 혈안이 되고 미치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세계 10대 교회나 100대 교회를 선정하는 것도 사람 수 제일 많고 재정규모 제일 큰 것만 표준으로 삼는다. 어디 신앙성장 같은 항목을 참고했다던가. 행여나 몇 년이 지나도록 교회성장의 열매가 없으면 담임목사는 떠나야 할 압력을 느낀다. 혹시 신자 수가 줄어들면 그 때부터 속이 타고 피가 바작바작 마른다. 그러니 목회자 치고 ‘사람 모으고 돈 모으는 일’에 누구인들 무관심하겠는가.

꼭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교회에서는 ‘그리스도교’(기독교)가 ‘성령교’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사람 모으고 돈 모으는 데는 성령 중심의 목회 패러다임이 예수 그리스도의 경우보다는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코리언들은 합리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어찌 성서적 목회의 정석일까? 어디 성령님께서 십자가를 지셨고 대속의 피를 흘리셨던가? 혹시 오도된 성령운동으로 인하여 십자가가 폐기처분되어 가는 건 아닐까. 그래서 ‘기독교도 한 물 가면’이라는 유행어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성령사역은 파워(능력) 에 강조점이 있기 때문에 사람과 돈을 끌어 모으는 데는 유효하나 상대적으로 기독교 신앙의 도덕적 기초를 약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격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지도력을 함양하는 일에는 단연 십자가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역이라야 한다. 기독교의 본래 모습을 회복시키고 한 단계 더 선질화(善質化)하려면 실종된 인격목회를 어서 속히 되찾아내야 한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게 되면’(엡 4:13) 그 고매한 인격, 착한 행실, 모범적 지도력이 바로 전도와 선교의 정석이 된다는 뜻이다.
거듭 말한다. 목회현장에서 ‘예수회복운동’을 더욱 강력하게 외쳐야 한다. ‘사도행전 중심의 사역’을 ‘복음서 중심의 사역’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래서 성령사역은 곧 예수사역 안에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일을 누가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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