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서울에 사는 대학 동기생이 목뼈 수술을 두 번에 걸쳐 받아야 한다며 기도 요청을 해왔습니다. 어쩌면 목숨을 거는 수술이 될 것도 같다는 예감이 든답니다. 그래서 기도를 약속하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수술 다음날 매우 성공적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두 번째 수술은 더 위험부담이 많다고 해요. 다시 한 번 기도를 꼭 부탁하고 싶소.”
친구는 ‘꼬옥’이라고 힘주어 발음하면서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십자가의 아픔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겠네요. 십자가 뒤에는 부활이 따라오는 것이니까 생명을 그분 손에 맡겨 봅시다.”
그렇게 위로했습니다. 목사라면 으레 하는 격려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수술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성공적이었답니다. 십자가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부활을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면서 잠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수술결과가 매우 좋다는 것입니다.
  “막상 죽음 앞에 서 보니까 십자가가 이토록 큰 은혜가 되는 걸 절실히 체험하게 되었소.”
감격스러운 음성이었습니다.
  시드니에 있는 어떤 교회에서 집회할 때에는 이런 간증도 들었습니다. 믿지 않는 남자에게 시집 온 ‘믿는 아내’의 간증입니다.
  “술 시중하기가 제일 고통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래도 여러 해 동안 술 끊으라는 잔소리를 한 번도 안했지요. 곤드레 만드레 할 정도가 아닌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영혼구원을 위하여서는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성경말씀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 것입니다. “아내된 자여, 네가 남편을 구원할는지 어찌 알 수 있으리요”(고전7:16) 하신 말씀입니다.
  “어떤 날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어요. 술병에다가 십자가를 그려서 남편 상에 올려놓으라는 지혜입니다. 그대로 했지요. 한 칠년 했을까요. 어느 날부터 술을 딱 끊겠다고 스스로 선언하더라구요. 정말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고전 1:18)
  그 남편이 옆에 앉아 아내의 이런 간증을 들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지금은 명예장로 직분을 받았답니다. 비록 아무 말도 안 하고 미소만 드리운 얼굴이지만 제 귀에는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어쩐지 술맛이 무척 쓰더라구요.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 쓰라리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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