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제가 아는 한 사람은 웬만큼 아파서는 약을 먹지 않습니다. 감기 정도는 물론이려니와 뜻밖의 위통으로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그 흔한 진통제나 항생제 복용을 끝내 거절합니다. 어찌 보면 미련해 보이고 저러다 병을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을 인내하며 자신 안에 있는 자연치유력으로 이겨내려는 모습이 존경스럽기조차 합니다.

고통의 순간과 고통스러운 감정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외로움, 슬픔, 불안, 지루함 등등... 그런 감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괴로운 감정으로부터 도피하려고 하면 또 다른 문제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뭔가에 의존함으로써 괴로움을 잠시 잊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이상 대부분 일시적인 마취 효과에 머물게 됩니다.

문제는 반복하여 같은 방법을 택하다 보면 내성이 생기게 되고 점점 더 큰 자극을 찾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아니면 대상을 바꾸어가며 중독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술과 마약 같은 물질이 될 수도 있지만, 도박, 성 관계 등 행위가 중독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것으로의 회피는 궁극에 가서는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며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입니다.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 안에 찾아온 고통이라는 감정에 대한 직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고통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고통을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외로워 미칠 지경이라면 미치기 직전까지 그 외로움을 느끼고 감수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다가 더 큰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냐구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외로움이 얼마나 힘든 감정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이를 통과한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도와줄 수 있는 상처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슬픔을 깊이 경험한 사람, 이별의 아픔을 가슴 속까지 느껴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고 사랑이 있습니다.

아픔은 꼭 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픔 속에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보물이 있습니다. 고난이 선물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아프십니까? 계속 아프십시오. 외롭거나 슬프십니까? 겪어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너무 빠른 위로나 새로운 만남은 오히려 당신을 망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외로운 채로 지내 보십시오. 슬픔을 친구삼아 함께 잠자리에 드십시오.

그 고통이 삭은 자리에서 진주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헛된 것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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