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예수님의 말씀은 정말 잔인한 데가 있습니다. 20세기 대표철학자인 러셀이 굳이 지적하지 않았더라도, “손을 찍어버리라, 발을 찍어버리라, 눈을 빼어버리라” 하신 말씀 (막 9:43-46)을 읽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몸서리를 칠 만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판결을 피하겠느냐?” (마 23:33) 하신 말씀을 생각해 보십시오. 뱀에 대한 느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해도 이 말씀 듣고 기분 만점이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런 잔인성을 전혀 모르신 채 말씀하셨을까요? 그 성경말씀을 자세히 읽어 보면 일부러, 의도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으로 하셨음이 드러납니다. “찍어버리라”를 반복하시면서도 손과 발로 대상을 바꾸어 말씀하셨습니다. 세번째 가서는 눈을 대상으로 하여 “빼어버리라”로 변형시키시는 수사법을 쓰셨습니다. 반복과 계속의 원리입니다.
  조금 상상력을 불어 넣는다면 예수님께서 한 가지 더 말씀하셨을 것도 같습니다.
   “네 혀가 너를 범죄하게 하였느냐, 싹 베어버려라.”
사람을 범죄하게 만드는 일의 주범은 아무래도 혀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베어버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남자들 몸 한가운데 돌출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울 사도는 할례를 고집하며 교회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향하여 “스스로 베어버리라”(갈 5:12)고 일갈했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어찌하여 온유하신 그분께서 이처럼 잔혹한 표현을 거침없이 쓰셨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런 대답을 찾아내는 건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표현은 모두 지옥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자극적인 표현을 써서라도 지옥에 가지 않도록 간담을 서늘하게 하시겠다는 뜻 아닙니까?
  “얘들아, 생명을 담는 그릇인 온 몸을 지옥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너를 범죄하게 만든 그 손만 지옥 보내도록 해라. 범죄에 쓰인 손은 이미 마귀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범죄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사탄입니다. 그러므로 손이 사탄의 도구가 되면 찍어버려야 합니다. 발이 사탄의 도구가 되면 찍어버려야 합니다. 또 눈이 사탄의 도구가 되면 빼어버려야 합니다. 혀가 사탄의 도구가 되면  싹 베어버려야 합니다.
  아마도 찍어버리라는 말씀대로 살았다면 지금 이 세상에는 제대로 손발 가진 사람이 몇 안 될 겁니다. 두 눈 멀쩡하게 뜨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남아 있을까요? 아니, 잘 굴러가는 혀로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 지니고들 삽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대신 찍어버리셨고, 빼어버리셨고, 잘라버리셨기 때문입니다. 실로, 그분께서 채찍에 맞으심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습니다.(사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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