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교회의 주인이 누구이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하나님이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그 말에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하겠습니까?
  그러나 질문을 조금만 바꾸어서, “교회의 주인을 지금 누구로 모시고 있느냐” 하고 물으면 그 대답이 제법 여럿입니다. 이스라엘 백성과 천주교회, 그리고 동방정교회에서는 하나님 아버지만 주인으로 모신 것처럼 보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아예 예수님을 이단자로 정죄합니다. 성령님에 관하여서도 별반 언급이 없습니다. 그리고 천주교회와 동방정교회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나 성령 하나님을 조연배우 정도로 대우합니다.

   대조적으로, 개신교회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만을 교회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직’이 붙어 있는 말 곧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이 세 가지가 교회개혁자들의 열쇠말(key word)들인데 그것에 하나 더 붙인다면 ‘오직 그리스도’가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교파도 생겨났고, ‘주님의 교회’ 혹은 ‘주님께서 세운 교회’라는 이름도 꽤 많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이지 성부 하나님이나 성령 하나님은 교회에 관하여는 별로 설 자리가 없습니다.

  같은 개신교회라 해도 오순절교회들은 성령 하나님만을 교회의 주인으로 모시고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들은 성부 하나님은 기도할 때에 ‘하나님 아버지’ 하고 부르는 정도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은 역시 기도를 마감할 때에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모든 신앙생활에서 성령님만을 앞장세웁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은 은퇴하신 지 퍽 오래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교회들이 잘못되었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한 위격이 계시면 자동적으로 다른 두 위격들도 함생사역을 하신다는 것이 바로 기독교의 건전한 믿음입니다. 그러니까 설혹 성령님이 주연배우라 할지라도 성부 하나님이 시나리오 작가이시고 성자 하나님은 연출가 곧 무대감독이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가장 문제가 큰 것은 주인 자리에서 성삼위 하나님을 몰아내고 몇몇 사람이 적당하게 주인 노릇을 하는 교회입니다. 겉으로는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 척하면서도 실상은 사람이 주인이 되고 있습니다. 자기 주장과 맞지 않으면 떠나든지 교회를 어지럽힙니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순풍에 돛 단 듯이 잘 나가던 개척교회가 갑자기 싸움이 생겼고 급기야 문을 닫았답니다. 분쟁의 빌미가 무엇이었느냐고요? 교회 재정을 담임목사 혼자 관리하겠다는 목회 방침에 신자들이 거세게 항의한 때문이랍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은 삼십에 팔아먹었던 가룟 유다 그가 바로 교회의 머리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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