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임진왜란은 한국역사의 치욕입니다. 1592년부터 7년 동안 일본 군대에 의하여 한반도가 점령  당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때 이율곡 선생이 주창한 십만양병책을 실천에 옮겼더라면 이런 더러운 꼴을 겪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십만양병책이란 용맹스러운 군사 10만 명을 양성해서 국방을 튼튼히 하자는 정책건의였습니다. 그런데 당쟁 때문에 휴지조각이 되었답니다.

  지금 한국에는 교회가 약 5만 개 정도 된답니다. 인구 1천 명당 교회가 하나인 셈입니다. 미국에도 3억 인구에 30만 교회가 있다는 통계이니까 역시 인구 1천 명에 하나입니다. 미주한인교회는 얼추 500명당 하나씩이라니까 복음화가 훨씬 많이 된 셈이랄까요. 그런데 이율곡 선생의 십만양병책을 생각하니 십만양교책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에 교회 10만 개를 육성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남북이 통일되면 인구가 7천 5백만 명이 되고 해외교포를 포함하면 8천만 명이 넘습니다. 그걸 생각해서라도 교회를 10만 개는 육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나와 보니 교회가 대폭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선 도시재개발로 인하여 임대교회들이 문을 닫아야 한답니다. 낡은 건물들을 모두 헐고 초현대식 건물을 짓는 것이 재개발 계획인데 임대교회들에게는 보상액이 매우 적어 살아남지 못한답니다. 제가 머무르는 김포시에는 임대교회 75개 가운데 72개가 없어질 운명이라니까요. 그래서 그 임대교회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요전에도 서울시청 앞에서 목사들이 맨땅에 벌렁 드러누워 “우리 교회를 살려내라”며 발버둥을 쳤답니다. 보기에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건축법으로 제한된다는 건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군사들의 본영입니다. 그래 그럴까, 신자가 50명 정도면 소대교회라 합니다. 200명 정도면 중대교회, 1천 명은 대대교회.... 그래서 연대교회, 여단교회, 사단교회도 있고, 3만 명을 넘어서는 군단교회도 있습니다. 거듭 말합니다. 교회는 영혼을 지키는 군사집합체입니다. 십자가 군병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한반도에 1억 인구가 될 날을 내다 보면서 10만 교회를 육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사랑의 군사들이 모인 병영입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는 군사들입니다. 곧 영적 적군들도 살려내겠다는 기도를 가진 군사들의 모임입니다. 그래서 함생체라고 말합니다. 아군도 적군도 함께 살려내려는 사명을 가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불교가 ‘무소유’라는 간판을 내세워 한 몫 봅니다. 천주교회는 ‘인권과 생태보존’을 내세워 큰 몫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개신교회는 그것들과 경쟁할 깃발이 아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했습니다. “개신교회는 원수까지 사랑합니다”라는 깃발을 휘날리자고...그 깃발 10만 개가 한반도에서 펄럭펄럭 휘날리는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합니다.
  그런데 그 기수 노릇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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