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몇백 명 죽는 지진은 이젠 축에도 못 끼게 되었습니다. 칠레에서는 2010년 8.8도나 되는 엄청난 지진이 있었으나 사망자는 ‘겨우’ 486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9.0 지진에 비하면 가히 ‘쬐끄만’ 지진일 뿐입니다. 일본은 1만 명이 훨씬 넘는답니다.
지진 희생자 수로는 2008년 파키스탄 카슈미르에서는 7만 5천 명, 2008년 중국 스촨성에서는 8만 7천 명,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는 22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2010년 1월 12일에 터진 아이티에서는 3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땅이 몇분 동안 흔들리자 30만 명의 목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입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는 일본의 지진 대참사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들으며 삽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 화산에 이어 전염병이 돌게 된다는 예보입니다. 마치 자연재난이 시나리오처럼 연속하여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옛날 그 옛날, 신문이나 라디오도 없고 텔레비전과 인터넷도 모르던 시대가 훨씬 행복했나 봅니다. 그때 중국에서는 일백만 명 넘게 죽은 지진도 있었으나 조선사람들조차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화면을 뒤덮은 지진 현장의 가공할 소식들로 인하여 그걸 시청하는 우리 모두가 재난의 소용돌이에서 함께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되었습니다. 죽음을 체험하게 된 것말입니다. 어차피 한 번은 꼭 죽을 인생인데 재난으로 희생된 형제자매들과 함께 죽음을 맛보게 된 것은 양약입니다. 그들은 죽어서 죽음을 체험했고 남아 있는 우리는 살아서 죽음을 맛보았습니다.
2천 년대 이후 지난 10여 년간 몇만 명씩 죽는 큰 지진을 겪으면서 성경에 예언된 종말이 결코 먼 미래가 아니라는 걸 절절히 깨닫습니다. 신학강좌를 할 때마다, “종말은 이미 이루어졌고, 지금 이루어지고 있고, 장차 이루어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그 사실을 또 한 번 몸으로 체험합니다. 거듭 말합니다. 지금 우리는 종말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말은 개인으로 치면 바로 죽음입니다. 그런 뜻으로 말하면 나는 이미 죽었고, 지금 죽고 있고, 앞으로 죽을 것입니다. 성경에,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고 한 것은 바로 현재적 죽음, 순간순간의 죽음을 깨우쳐 줍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일입니다. 열 명이 죽었느냐 혹은 일백만 명이 죽었느냐의 숫자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내 생명 하나가 죽으면 온 우주가 죽은 것입니다.  그러나 구원받은 사람에게 죽음은 최대의 행복입니다. 마치 어머니 품에 안겨 잠을 자는 것과 같은 행복입니다(계 14:13). 그래서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린 아기처럼 평화롭게 잠들 준비, 그리고 신랑신부처럼 행복하게 웃는 얼굴로 죽을 준비말입니다. 인생은 사형선고 받고 집행날짜만 기다리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결코, 결코... 다시 한 번 외칩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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