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한국에 와서 자동차를 몰고 다닌 지 벌써 6개월이 넘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한국의 운전문화가 상당히 거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툭 하면 빵빵거리고, 차머리를 무조건 디밀고, 주차공간이 비좁은 것은 큰 문제이지만 미국보다 더 편한 점들도 있습니다.
  우선 나비부인(네비게이션을 그렇게 부릅니다)이 잘 도와 줍니다. 미국 것보다도 성능이 훨씬 좋고 매우 자상합니다. 도로 바닥에 안내표시가 잘 되어 있습니다.
사고가 난 경우 보험회사들이 고통거리를 척척 해결해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딱지 뗄 염려가 적습니다. 교통경찰도 별로 없고 과속은 나비부인이 미리 경고해 줍니다.
  그런데 자동차를 몰고 전국을 돌아다녀보니 대한민국 땅이 너무나도 좁다는 걸 실감합니다. 저는 인천에 살고 있습니다만 춘천도 바로 옆에 있는 도시이고, 천안도 한 시간 반이면 내려갑니다. 전주와 부산도 반나절 생활권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미국에서 씽씽 달리다가 조금 가면 막히고 또 막히는 모국 땅은 답답하고 사뭇 숨 막힐 정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명박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무척 넓어졌다는 말씀을 했습니다. 경제영토라... 그 용어가 매우 신선하게 들렸습니다. 반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기분입니다. 비록 주권영토는 한반도의 반쪽밖에 안 되지만 경제영토는 정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수준입니다. 지구촌 어느 곳에 가든지 한국제품이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경제영토’를 듣는 순간 ‘선교영토’라는 생각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목사는 자나깨나 선교를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선교사는 밖에 있는 목회자이고 목회자는 안에 있는 선교사라는 의식이 제 머리에 꽉 차 있습니다.
  우선 선교영토란 무엇일까요? 교회당이 차지하고 있는 대지를 모두 합친 것일까요? 아니면 예수 믿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공간일까요? 혹은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영역일까요. 아니, 실상 온 우주가 선교영토가 아닐까요.
  얼마 전에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독교 텔레비전방송 개국감사예배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그 예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이 영상매체가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하는 채널이 되도록 함께 기도했습니다. ‘어둠의 세상 주관자나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엡 6:12)과 싸워 하나님의 활동무대가 넓게 확보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교영토는 ‘땅끝까지’ 그리고 ‘모든 민족’에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 모두는 선교영토 확장을 위하여 싸우는 그리스도의 용감한 군사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가장 탈환하기 어려운 선교영토는 바로 마음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주님께서 온전히 다스리시는 영토가 되려면 십자가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분께서 십자가 처형을 자원하신 까닭입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