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김계용 목사님이라면 지금도 몇 가지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나성영락교회 목회를 조기 은퇴하신 분입니다. 결혼 직후에 헤어진 아내를 만나러 북조선 땅에 가시려는 계획 때문이었지요.
 이북으로 떠나시기 전에 친분 있는 목회자들을 초청하여 아침 식사자리를 마련하셨습니다. 평소에도 잔잔한 미소가 많은 분이셨지만 그 날은 훨씬 더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시냐며 짓궂게 묻는 후배 목사들도 있었습니다. 
  “새로 결혼하는 기분이라오.”
그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분의 설교 가운데 몇 조각이 아직도 제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주부들이 남편에게 그릇도 없고, 옷도 변변한 게 없고, 최신 유행 구두도 없고... 흔히 그렇게 불평한다는 걸 소개하고 이런 결론을 짓기도 하셨습니다.
  “사실 없는 것은 그렇게 여러 가지가 아니고 단 한 가지뿐이지요. 돈이잖아요.”
  우리 신앙생활도 그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사업도 안 되지요, 가정은 불화하지요, 자식들은 제멋대로지요, 자동차 사고는 자주 나지요....그처럼 문제가 많은 것 같으나 실상 가장 큰 문제는 하나뿐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믿음으로 하는 기도 그것 한 가지만 있으면 되는 거지요. 하나님께서 모두 다 주신다고 약속하셨으니까요”(마21:22).
  그렇게 결론을 지으셨습니다. 역시 김계용 목사님은 원숙한 설교가이셨습니다.

하나님은 성경에 나오는 큰 인물들과는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굳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함께 하셨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내 언약이 너와 함께 한다”고 하셨습니다(창17:4). 이삭에게도(창 26:24), 야곱에게도(창 31:3), 특히 엄청난 사명 앞에 겁을 잔뜩 먹었던 모세에게도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출 3:12)고 밝혀 약속하셨습니다. 여호수아, 다윗, 이스라엘 백성, 다니엘, 요셉, 바울, 예수님의 제자들...

  예수님의 다른 이름 임마누엘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분을 따르는 모든 제자들에게,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며 시간적 함생, 공간적 함생의 약속을 하셨습니다(마28:20).
  우리들의 기도에 대하여 가장 크고 확실한 응답은 바로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하나님의 언약입니다. 그것 하나면 모두가 되는 거지요.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인사법은 ‘주님 함께’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유니온교회 교회에서 실천해 왔습니다.

  영어 인사 ‘굿바이’는 흔히 잘 가라는 인사로 이해합니다. 원래의 말뜻은 ‘God be with you’ 곧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신다는 축복의 기도입니다. 그러니까 ‘주님 함께’라는 인사는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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