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성경에 나오는 기적이라면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들을 코웃음을 치며 한 마디로 부인합니다. 물로 좋은 포도주를 만드신 일, 물 위로 걸어가신 일, 병자들을 고치신 일, 악령들을 쫓아내신 일, 보리빵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신 일....특히 죽은 자를 살리신 일들을 믿지 못합니다.
  “아니, 성경에 기록된 예루살렘과 갈릴리도 그대로 있고, 나사로를 살리신 베다니라는 동네와 그 무덤도 남아 있는데 어찌 그가 다시 살아났다는 기록만 믿지 못한다는 말이오.”
그렇게 수없이 외쳐도 쇠귀에 경 읽기일 뿐입니다.
  예수님에 관한 기적들 가운데 특히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믿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동정녀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부활입니다. 마리아가 살았던 나사렛과 아기가 태어난 베들레헴이 지금도 남아 있어 수많은 순례자들이 다녀오는 데도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은 사실이 아니랍니다. 예수님께서 묻히셨던 무덤이 남아 있고 하늘에 오르신 감람산이 예루살렘을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어도 그분의 부활만은 믿을 수 없답니다.
 고린도교회 신자들도 그 부류의 하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 전파되었거늘 너희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어찌하여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이 없다 하느냐?” (고전15:12).
그래서 부활의 기적을 무효화시키려고 온갖 교묘한 이론들을 개발해 내고 있습니다. 시체 도적설, 환영설, 가사설, 신화론, 유언비어론, 조작설, 신격화의 부산물....
   성경의 기적을 믿지 못하는 것은 실상 우주 만물의 창조주가 계시다는 걸 믿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모든 기적은 창조주의 능력과 뜻에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주 만물을 지으신 분이 물 위로 걸어가게 하신들 그것이 어찌 대단한 기적이겠습니까? 십대 미혼모를 붙잡고 아기 하나 낳게 하시는 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시겠습니까? 생명을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신다는 것이 왜 안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상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처형되셨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네 복음서에는 십자가 처형을 가장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진짜 기적은 십자가를 자원하여 지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피하실 길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자원하여 그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고통의 절정을 체험하신 길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우리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셨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십자가에서 내려오셔서 로마 군병과 빌라도,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들을 그 자리에서 박살내실 수는 없었을까요. 그런데 웬 일입니까. 끝내 아무런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믿음 높은 신자들이 무어라 말합니까?  
“기적을 당연한 것으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무기적이 최고의 기적’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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