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얼마 전에도 대학 동창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대학교수직에서 은퇴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쁜 생활을 합니다. 지성인들은 창의력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일을 만들어서 하는 편이지요.
  “신앙생활이 좋기는 한 데 아직도 예수님의 부활과 같은 기적은 믿겨지지를 않으니 어쩌지?”
그는 느닷없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언어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니까 과학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기적은 창조주의 논리라고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딱 잡아 단정적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지성인들에게는 그런 화법이 오히려 설득력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설의법(設疑法)을 사용했습니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데....”
  그래서 구리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사막을 헤맬 때였습니다. 지름길을 버리고 멀리 멀리 돌아가게 되자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물 끓듯 했습니다. 이 때 하나님은 불뱀을 보내 그들을 물어죽게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했습니다. 그 때 하나님은 비책 한 가지를 모세에게 일러 주었습니다. 구리뱀을 장대에 높이 달고 그것을 쳐다보게 하라는 것입니다. (민21:4-9).
  “그 걸 쳐다본 사람들은 모두 살아났지. 그러나 끝내 고집 부리고 안 쳐다본 사람들도 더러 있었을 거야. 왜 안 쳐다보았겠어? 산 뱀 물려서 죽는 사람이 죽은 뱀 쳐다보고 낫겠어? 그런 논리를 앞세운 사람들일 거야. 피조물의 논리로 창조주의 논리를 평가한 거지....”
  그런데 그 뱀이 바로 예수님이었다는 사실도 설명했습니다. 그건 예수님 스스로 풀어주신 말씀입니다. (요3:14-15).
  “말은 되는구먼.”
그는 거기까지 설득을 당했습니다. 원래 개신교회에 출석하다가 지금은 가톨릭교회로 교적을 바꾼 친구라서 신앙생활의 기본은 알고 있는 친구입니다.
  지난 해 12월 말 송구영신예배 때는 서울에 있는 어떤 교회에서 설교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했지요.
“주님의 초청을 받고 일 년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 시간을 보내는 여러 형제자매님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잘 오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려고 동해 바닷가에 몰려가지만 우리는 태양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예배하려고 하나님의 집에 모였습니다.”
  예배 끝난 뒤에 친교시간이 있었습니다. 만나 인사하는 성도들 대부분이 바로 그 서론에서 큰 은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적을 믿지 못하는 것은 바로 피조물인 태양을 향하여 절을 하면서도 그 태양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에 대하여는 깜깜한 것과 똑같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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