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지난 4월 19일 점심시간에는 대학동기회 모임이 있었다. 서로 안부를 묻고 나서 이야기는 자연 4.19 데모로 옮겨갔다. 그때 우리는 대학 1학년이었다. 교문을 박차고 나와 종로, 국회의사당, 중앙청을 돌아 어렵게 어렵게 경무대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총성이 울리자 여기저기에서 퍽퍽 쓰러지고, 피 흘리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대열은 삽시간에 흩어졌고 그때부터의 행적은 각각 달랐다. 그런 체험담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때 희생당한 두 선배 이야기도 서로 나누었다.
  그런데 식당에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 4.19 관련단체회원들과 이승만기념사업회의 물리적 충돌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걸 보는 열 몇 명의 얼굴이 모두 일그러졌다. “아, 저건 아닌데....” 약속이나 한 듯이 그런 말이 들려왔다. 
   4.19혁명의 기본정신은 민주주의였고, 그 민주주의 안에는 자유, 평등, 인권, 정의 그런 것들이 핵심가치였다. 그러나 4.19혁명의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는 바로 자유이다. 박정희 독재나 전두환 독재에 비교하면 이승만 독재는 독재 수준도 아니라는 인식이 4.19세대에게는 널리 퍼져 있다. 굳이 독재라면 ‘어설픈 독재’였다. 그런데도 ‘독재정권 물러가라’고 우리는 목이 터지도록 외쳐댔다. 왜 그랬을까? 자유를 향한 목마름 때문이었다.
   이제 한반도 남쪽에는 세계를 향하여 마음껏 자랑할 만큼 자유가 보장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자유의 폭을 넓히기 위하여 투쟁해야할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지하면 무지한 만큼 자유의 무대가 좁아진다.  그래서 자유에는 복지와 교육이라는 날개를 달아 주어야 한다.
    4.19관련단체들이 4.19정신 곧 자유, 평등, 인권, 정의 같은 핵심가치 선양에 많은 공헌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4.19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기수임을 자부한다”는 4.19 정신을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이승만기념사업회 관계자들에게도 의사표시의 자유를 보장했어야 한다. 마치 언론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해도 언론의 자유만은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 참된 민주주의이듯이...
   4.19혁명정신은 몇몇 사람이나 특정 단체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비록 학생들이 주도세력이었지만 학생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4.19유관단체들이 오히려 4.19정신을 변질시킬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4.19혁명은 대한민국 백성 모두의 것이어야 하고, 참된 민주주의를 이룩해 가려는 모든 양심세력이 공유해야 한다.
  “하나님,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한다’는 말씀이 한반도 남북에 어서 속히 실현되게 하시옵소서. 그것이 바로 이 4.19 묘역 곧 자유의 광장에서 시작되게 하시옵소서.”
   두 주 전에  ‘민주혁명 성지’ 4.19묘역을 처음 방문하고 이런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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