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이민목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또는 위로 가운데 하나는 “이민교회 힘들지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민교회라서 더 힘든 것은 아니고 목회 자체가 힘든 것인데, 그 성격이 이민교회적일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늘 고민합니다. 그런데 왜 이민목회는 힘들까요? 잘 훈련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와는 왜 다른 걸까요?

요즈음에는 이민교회가 작기 때문에 문제가 많고 힘든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무슨 뜻이냐구요? 만약 어떤 사람에게 백 명이 모이는 자리에서 할 말을 하라면 거의 대부분은 말없이 상황을 주시할 것입니다. 아니면 결정된 대로 발표하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위임하겠지요. 그러나 다섯 사람이 모여 의견을 나누라 하면 다들 한 마디씩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말을 했다면, 그 견해가 반영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감정과 관계가 달라질 것입니다. 규모가 작은 모임일수록 개인의 영향력이 클 뿐 아니라 개인간에 일어나는 갈등이나 결정이 미치는 부작용 또한 적지 않습니다.

전체가 열 명일 때의 한 사람과 천 명일 때의 한 사람의 크기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한 사람의 절대적인 크기는 변함이 없지만 그 존재감은 모임의 규모에 반비례합니다. 그 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 갖는 주관적 자의식도 달라집니다. 모임이 작을수록 개인은 큰 사람이 되어 있고 그는 자신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결정되어야 하며, 공동체 역시 자신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자기가 큰 사람이니까요.

이러한 논리는 정반대의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천 명 중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그건 작은 일입니다. 천 명의 공동체는 그 한 사람 때문에 쉽게 와해되거나 혼란을 겪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열 명이 모인 곳에서 똑같은 문제 행동을 하면 큰 일이 되지요. 어떤 사람이 큰 교회, 좋은 교회에서 잘 훈련받은 성숙하고 훌륭한 교인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가 속해 있던 교회가 커서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는 큰 교인이 아니라 큰 교회의 덕을 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문제가 적으려면 큰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출석의 숫자나 재정의 규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본질과 비전이 커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대형교회가 아니라 큰 교회를 다녀야 합니다. 그렇다고 큰 교회로 옮겨야 할까요?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가 나가고 섬기고 있는 교회는 이미 큰 교회입니다. 크신 하나님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우주적인 계획과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생각입니다. 그 큰 교회를 눈에 보이는 인원수나 재정의 규모에 따라 쉽게 생각하면서 작게 여긴다면 위험한 착각입니다. 자신이 교회에서 크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말하고 행동한다면 죄를 짓는 것입니다.

교회는 우주적이며 영원하며 심오한 사랑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교회를 배경으로 서 있는 나는 참으로 작은 자일 뿐입니다. 나의 존재도 작은 것이며 그 사람의 실수도 작은 것입니다. 교회는 그 때문에 무너지거나 흔들릴 만한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큰 교회의 덕을 보고 있다는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큰 교회 작은 성도. 이런 마음으로 당신의 교회를 섬긴다면 불필요한 문제와 착각들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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