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 목사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대왕이 산책 중에 만난 노인에게 “노인장은 뉘신지요?”라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나는 왕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느 나라를 다스리는 왕인가요?”라고 묻자, 노인은 태연히 대답했습니다. “나 자신을 다스리는 왕이요.”
인간에게는 본능, 양심, 은총의 세 수준이 있다고 합니다. P. T. 포시스는 “만일 우리가 위의 것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결국 옆의 것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율법과 은총, 도덕적 실패와 영적 승리, 죄와 구원의 대립관계를 말하면서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인생관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왕의 인생과 노예의 인생의 차이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삶과 밑바닥에 전락한 삶의 차이입니다. 이끌고 가는 삶과 이끌려가는 삶의 차이입니다.
은혜란 수고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애써서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은 선언합니다.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은 사람들이 한 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왕 노릇 하리로다”(롬 5:17).

우리는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있다는 것과 세상에 속했다는 것은 다릅니다. 세상에 있다는 것은 불가항력이지만 세상에 속한다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선택에 좌우됩니다. 우리가 단지 세상에 속한 자라면 환경의 희생자가 되고 감당 못할 힘에 밀려서 살아가는 존재에 그칠 것입니다. 그러나 은혜로 사는 사람은 잡다한 세상사에 휩싸여 살아도 결코 그 세상사의 일부나 동류가 되지 않습니다. 그의 운명은 자신보다 훨씬 위대한 이의 장중에 있으며 그의 소망은 영원한 미래를 향한 것입니다. 참다운 그리스도는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는 자입니다. 잡다한 인생사가 그를 흔들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어떤 사람의 삶을 사로잡으면 그는 새 사람이 되고 그 은혜가 그 사람 안에서 이웃을 향한 사랑 넘치는 관심으로 화합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세상 위에 살지만 세상 밖에 살지는 않습니다. 이 은혜의 역사가 기독교와 타종교의 다른 점입니다.
스탠리 존스 목사가 인도에서 선교할 때, 전염병이 휩쓸었습니다. 그는 힌두교의 브라만 성인을 찾아가 참선과 명상은 잠시 미루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자고 청했습니다. 브라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성인들이요. 우리는 아무도 돕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부활의 아침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내 아버지 곧 너희 아버지, 내 하나님 곧 너희 하나님께로 올라간다.” 무슨 뜻입니까? 참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그와 더불어 하나님의 후사가 되었으므로 또한 하나님의 동역자가 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에벨린 언더힐은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열려진 삶이지 구멍 속에 닫혀 있는 삶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온갖 어려움을 수반한 현실과 정면 대결합니다. 숨지도 피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시는 역동적 힘으로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위해 살지만 세상을 따라 살지는 않습니다.
프린스턴 신학교의 매케이 학장은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가 단독으로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는 것이지만,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홀로 살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오직 본능과 의무에 따라 삽니다. 그들은 세상이 제시하는 모든 것을 따라가며 세상 풍조에 영합해서 삽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과 아예 한 덩어리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처음보다 더 못한 곳이 되게 합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세상을 위해서 삽니다. 그들은 세상의 저속한 욕망과 충동에 끌려 세상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서도 세상의 개선과 계몽과 향상을 위해 열의를 다 바치는 것입니다. 그는 은혜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혼자만 구원을 누리려 하지 않고 이 세상도 구원받게 되기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왕과 같이 확고한 인생의 걸음으로 분명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며 영혼 안에서 불타는 그리스도의 임재의 열기로써 예사 것을 우수한 것으로, 거친 것을 부드러운 것으로, 어두운 것을 밝은 것으로, 더러운 것을 깨끗한 것으로, 속된 것을 거룩한 것으로, 불경건한 것을 경건한 것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들은 왕과 같이 삽니다. 이것이 은혜 받은 자들의 삶입니다. 이 엄청난 일은 다만 그리스도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맡기기만 하면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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