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성경에는 예수를 만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적을 체험한 과정도 기적적입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수로보니게 여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녀는 딸아이의 병을 고침받기 위해 예수를 찾았습니다. 사람들이 아픈 곳을 돌아보고 위로하며 치유하신다고 소문난 분이므로 문제를 안고 있는 그녀가 기대를 가지고 예수께 나아온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 보인 반응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심한 말로 그 여인의 청을 거절했습니다. 짐승과 비교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여인은 거기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자존심이 구겨지지도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그녀에게는 내세울 자존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무가치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녀에게는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딸의 생명이었습니다.
TV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회사에서 퇴출이 결정된 직원이 구조조정 본부장을 만나 사정하며 결정의 번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본부장은 직원보다 나이가 어릴 뿐 아니라 군대에서는 후임병이었습니다. 직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본부장은 냉정하게 부탁을 거절합니다.

그런데도 직원은 사정했습니다. 그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 리얼해서 울컥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여기 없으면 갈 데가 없나’ 라거나 ‘도와 주지는 못할망정 왜 사람을 무시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여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스러기라도 좋다고 예수께 한번 더 매달립니다.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예수께서 그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 어서 가 보아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돌아가 보니 정말로 딸이 나아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이방 여인의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없으셨는데 마음이 바뀌신 것인지, 아니면 그 여인의 본심을 알아 보기 위해 일부러 하신  말씀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인의 이런 태도는 구원 얻을 만한 믿음이라는 기준선을 통과했고 예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바로 여인에게 있었습니다. 예수의 말씀이 증명합니다. 믿음은 정말로 원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정말로 원하면 거절을 뛰어넘습니다. 정말로 원하면 자신이 받는 상처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정말로 원하면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가진 게 너무 많습니다. 자존심도 세고 존중받아야 할 감정도 다양합니다. 게다가 한 가지에 올인하기에는 보고 들은 방법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위조절을 하면서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척하면서 해줍니다. 기도도 순종도 그렇게 합니다. 거기에 속는 리더도 있지만 꿰뚫어 보는 리더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의 리더십 아래 있다면 그런 태도로는 당신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여인이 매달린 대상이 바로 예수였다는 사실이라고.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여인에게 예수가 누구인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정말 있었을까요? 그렇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당시의 사람중에 예수의 비밀을 알고 있던 이들이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3년 동안 함께 다닌 제자들도 예수가 누구인지, 그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다만 그녀에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문제와 실패의 경험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자,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에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누군가를 찾아가 부탁하겠지요. 당신이 찾아갈 그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당신 안에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당신이 어떤 자세로 부탁하고 강청하는가는 더 중요합니다. 답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만약 그가 답이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제대로 사람을 찾아간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믿음이 당신의 내일을 결정할 것입니다. 부스러기라도 감사하다는 믿음이 당신 안에 있는지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습니까?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지금 한꺼번에? 그것은 교만이고 욕심입니다. 부스러기를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 부스러기가 당신의 모든 것을 좌우할 것입니다. 지금은 부스러기 은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입니다.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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