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유니온교회 원로목사, 서울신학대학교 교환교수)

 ‘삭개오’라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키가 작아서 어른이면서도 아이 취급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 가운데 제일 작은 꼬마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꼬마 어른이 뽕나무(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갔기에 더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몰래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있는데 그만 예수님에게 들켰습니다. 하지만 삭개오 이야기는 단순히 동화용만은 아닙니다. 그 속에 어린 아기는 물론 어른들의 인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가 남자였지만 여자들의 인생도 포함되어 있고, 그가 부자였지만 가난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인생은 줄곧 올라가는 데서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키가 작은 그는 박넝쿨처럼 쭉쭉 자라서 지붕 위에까지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키가 자라지 않으니까 사회적 신분으로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세리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돈을 버는 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세리장이라는 건 세금회사 사장이라는 뜻입니다. 로마정부에서 요구하는 세금액을 바치기만 하면 남는 건 얼마를 거두든 세금회사의 수익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많이 거둘수록 수입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그의 세금회사가 있는 여리고는 특히 세금을 엄청나게 많이 거둘 수 있는 도시였습니다. 발삼이라는 향료, 오아시스에서 나오는 풍성한 과일, 이집트와 시리아 같은 큰 나라 사이의  무역로, 이런 것들로 상업거래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그래서 삭개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정도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줄곧 올라간 삶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무 위에 있을 때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삭개오야, 빨리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그의 집을 숙소로 사용하실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가르침이 있습니다. 네가 이제까지  죽어라 하고 올라가는 인생만 살아 왔는데 지금부터는 ‘내려오는 인생’을 시작해 보라는 말씀이기도 했습니다.
  삭개오는 나무에서 ‘급히’ 내려왔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무리들이 그를 가리켜 ‘죄인’이라고 모욕해도 조금도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재산의 절반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수탈한 것은 네 배나 갚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제는 빈털터리가 되었고 바닥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삭개오의 이력은 올라가고,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가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인생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무한대로 올라가는 데서 인생의 행복을 맛보았지만 그분을 만난 뒤에는 낮아지고 또 낮아지는 데서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이력도 줄곧 떨어지는 코스입니다. 하늘나라에서 땅 위로 떨어지시고, 하나님이 사람으로 떨어지시고, 그것도 종 곧 섬기는 자로 떨어지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강도취급을 받으셨고 죽으셔서 땅 속에 묻히셨습니다. 그러니까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난 뒤부터 그분께서 걸어가신 발자취를 밟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를 높이셨습니다. 가이사랴 감독으로 목회하다가 하늘나라로 올라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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