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여인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은 가장 값진 옷을 입혀놓고 거울만 있는 방에 가두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행복감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이유는 비교의 상황과 능력이 생기면서부터입니다. 세상에 자기 혼자밖에 없을 때에는 자신과 신,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만이 전부였습니다. 그곳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발생한 모든 상황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자신은 작고 세상과 신은 크기에, 그로부터 오는 어떤 작용을 받아들이는 데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가 지닌 한계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그가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집니다. 내게 발생한 일이 그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감정은 기쁨이 될 수도 있고 분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행복감의 크기도 매우 유동적입니다.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입니다. 그때부터는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만큼이나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가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때부터 인간은 모든 것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준으로 삼기 시작합니다. 내게 일어난 것과 똑같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나면 공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의라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모든 것이 ‘상대적’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공평과 불의도 상대화되어갑니다.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자주 듣는 불평 가운데 하나가 바로 ‘Unfair’ 라는 표현입니다. 불공평, 부당함이라고 번역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이런 생각이 들면 몹시도 화를 냅니다. 저는 아이들이 그런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제 행동을 돌이켜 보기도 하지만, 한편 ‘Unfair’에 대한 부모의 생각과 아이들의 생각이 다르다고 느낄 때가 참 많습니다. 특히 자녀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과 상황에 맞게 대우를 해야만 할 때가 있는데 그마저도 기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Unfair하다고 말할 때에는 여간 답답한 게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아이들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지금 당신은 당신에게 일어난 어떤 일이 부당하다는 생각 때문에 몹시 화가 나 있지는 않습니까? 그런데 혹 그 부당함이라는 것이 당신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하는 생각 때문은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 속에는 ‘이런 일은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면 상관없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아무 말 않고 참을 수 있겠다’는 속내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하나님은 정말 Unfair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A와 B를 다르게 대우하십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분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분의 다른 행위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분은 죄를 지은 당신의 행위에 대하여 이에 상응하는 죽음이라는 처벌 대신 용서라는 부당한 판결을 내리셨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법칙을 깨트리고 부당하게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는 왜 분노하지 않을까요? 용서라는 부당한 판결을 반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렇게 말하는 이는 없습니다.

Unfair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 속에서 fair의 유무를 찾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며 불완전합니다. 그것은 일시적인 행복감만을 느끼게 할 뿐입니다. 하나님과 당신과의 일대일의 관계에서만 공평과 부당함을 생각하십시오. 오직 진리와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생각하십시오. 상대화된 자리에서 절대의 자리로 자신을 옮겨놓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하나님께서 공평하신 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각 사람을 편애하시는 그분의 불공평한 사랑이야말로 완전한 공평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비로소 각 사람은 각자에게 주어진 부당한 용서를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비교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으로 당신에게 주어진 은혜를 날려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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