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따지고 보면 잠자는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이 음식 먹는 일입니다. 식사에 하루 세 시간을 쓴다는 것은 전혀 잘못된 계산입니다. 직장근무와 사업 활동, 식사 준비와 그 뒤처리, 화장실 오가는 일과 잠시간조차도 실상 먹는 일들입니다.

  “뛰자, 또 뛰자, 한 번 더 뛰자”를 표어로 내 건 적이 있었습니다. 그 표어로 교회당에 온통 도배를 했습니다. 전도강조의 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표어가 여러 가지로 변형되어 신자들 입에 오르내렸답니다.   “보자, 또 보자, 한 번 더 보자”는 연애하는 젊은이들의 것입니다. “팔자, 또 팔자, 한 가지 더 팔자”는 장사하시는 분들이 만들었습니다. “치자, 또 치자, 한 번 더 치자”는 골프 클럽의 표어입니다. “넣자, 또 넣자, 한 골 더 넣자”는 공치기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답니다.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먹자, 또 먹자, 한 번 더 먹자”였습니다. 식사회동에 초청하는 데는 그 표어가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답니다. 먹는 일이 인간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먹는 일에 성공해야 인생에 성공합니다. 먹는 일에 실패하면 인생을 참패로 마감합니다. 복어 잘 못 먹어서 젊은 나이에 죽고, 남의 돈 잘못 먹어 감옥살이를 합니다.

그런데 입을 위하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음식만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기름기 많은 고기와 냄새 좋은 술들에 푹 빠져 삽니다. 지금도 조미료를 한 움큼씩 넣는 식당들이 널려 있습니다. 

몸을 위하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 소비량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건강에 좋다면 지렁이나 굼벵이탕도 즐겨 먹습니다. 손을 위하여 음식을 부지런히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라는 음식, 권력이라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금력과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쥔다’는 말이 생겼습니다. ‘권력’이라는 말의 뿌리를 캐어보면 ‘손아귀에 꼭 쥔다’는 뜻이랍니다.

머리와 가슴을 위하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식이라는 음식, 예술이라는 음식입니다. 머리는 지성으로 채워야 하고 가슴은 감성으로 먹여야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영혼을 위하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종교에 심취한다 하고, 교회의 말로 풀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받는 일입니다.

신학대학원에서는 교회를 자주 식당으로 가정합니다. 특히 잘되는 식당,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는 식당에서 교회성장에 대한 많은 지혜를 얻게 됩니다. 음식 맛이 좋고, 값이 싸고, 주차장이 넓고, 종업원이 친절하고, 소문이 잘 나고, 한 번 왔던 손님이 다른 손님들을 끌고 오고.... 그 가운데 제일가는 핵심은 아무래도 음식 그 자체입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식당의 머리’이시라면 무엇을 위한 음식을 제공하실는지요? 입을 위하여? 몸을 위하여? 손을 위하여? 머리나 가슴을 위하여? 영혼을 위하여?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위하여?  분명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생명이 튼튼하여져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음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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