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불평등이라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학교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나보다 옷 잘 입고 얼굴이 희멀건 친구들이 보였습니다. 신발만 해도 짚신, 고무신, 운동화가 있어 가난뱅이 자식인지 부잣집 아들딸인지 확연히 구별 지어 놓았습니다.
  6.25 전쟁이 터지면서 도회지에서 피난민들이 몰려왔습니다. 그 가운데 서울 애들은 키도 크고 공부도 엄청 잘했습니다. 피난생활 중에도 과외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휴전이 되면서 그들은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명문 고등학교 학생들이 되었습니다. 부모 잘 둔 덕분이었습니다.
  입영통지 받고 군대에 가니 특권층 자녀들은 별로 눈에 안 보였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입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입대했다 해도 어려운 훈련 없이 좋은 자리로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빽 없고 돈 없는’ 졸병들은 입대하는 날부터 제대하는 날까지 고생을 바가지로 해야 했습니다. 사범대학 졸업생이어서 제대한 뒤 취직 걱정을 안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특권층 자녀들은 군복무 면제를 받고 일찍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니, 아버지 후광을 입어 실업자의 고민을 전혀 안 했습니다.
  고생고생 준비해서 뒤늦게나마 미국 유학을 갔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은 한국에 내동댕이친 채 눈 딱 감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온 사람, 대학 도중에 유학 온 특권층 자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실시했던 ‘해외유학자격시험’도 ‘사바사바’로 해결했답니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까지 모두 좋은 아파트에서 살며 반짝반짝 윤나는 자동차를 굴리고 있었습니다.
  유학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특권층 부모의 후광을 더욱 크게 입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처음부터 간부급으로 출발했습니다. 정부 유관기관에는 노른자위를 꿰어 찼습니다. 실로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입지전적 인물들과는 아예 출발점이 달랐습니다. 힘 있는 부모를 둔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입니다. 권력층, 재력층, 지식층, 유명층 자녀가 되면 이 세상에서 행복을 훨씬 많이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염려 놓으십시오. 땅 아버지는 잘 못 두어 죽도록 고생하더라도 하늘 아버지를 잘 두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어제의 특권이 미래의 행복을 보장하여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요.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그래서 생겼고, “지금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임이요”(눅 6:21) 하신 말씀이 그래서 큰 희망이 됩니다.
  반대로, 아버지의 특권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중압감 때문에 정신질환이 많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특히 세습목회자들에게는 더욱 큰 불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일 한국교회를 부패시킨 5대 원인을 분석한다면 세습목회가 반드시 들어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너희 지금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눅 6:25) 하신 말씀은 언제나 무서운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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