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어린 시절 손에 잡히던 잡지중에는 재미삼아 풀어보는 숨은 그림찾기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찾을 수 있었지만 그 중 어떤 것은 너무 꼭꼭 숨어 있어 끝내 못 찾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교묘하게 숨겨 놓는 출제자의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곤 했지요.

인생에는 숨겨진 그림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중에는 좋은 그림도 있고 나쁜 그림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숨겨 놓으신 그림들은 인생을 위한 보석들입니다. 고난의 숲에도 있고 슬픔의 골짜기에도 있습니다. 때론 걸림돌과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보이지 않고, 언뜻 보면 거북하고 고통스러워서 가까이 할 마음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피거나 과정을 겪으며 긍정의 마음을 품다보면 그 그림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보석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들도 그림들을 숨깁니다. 그런 그림들은 대개 자신의 치부이거나 은밀한 죄의 흔적들입니다. 주로 화려한 말 속에 숨기거나 시간과 공간의 비밀금고를 만들어 그 속에 깊이 넣어둡니다. 자신의 궤적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망각이라는 신문지로 덮어 버리는 것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때론 그 치밀함이 너무나 정교해서 수십 년 동안 감추어져 있기도 하고, 함께 사는 가족들조차 전혀 눈치재치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는 드러남의 법칙이 있습니다. 드러나는 것은 진실입니다. 때가 차면 비밀의 커튼은 양옆으로 열리고 어둠 속에 있던 진실은 조명의 한복판으로 서서히 나아옵니다. 그때야 사람들은 알게 됩니다. 숨은 그림의 내용물이 저주가 아니라 보석이라는 것을. 마찬가지로 어떤 것은 이제껏 알던 것과는 달리 보석이 아니라 쓰레기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숨은 그림이 드러나는 순간 그 그림의 작성자들을 향한 관중들의 반응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보석을 숨겨놓은 이는 사람들의 감탄과 박수를 받으면서 연출의 능력과 심오함을 다시 한번 인정받습니다. 사람들이 겪은 반전의 경험은 그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심어 주는 이유가 되고 사람들은 예상과 생각의 범위를 뛰어넘는 그의 솜씨에 경외심을 갖기도 합니다.

반대로 그림 속에 죄를 숨겨놓은 이에게는 실망과 비난의 화살이 집중됩니다. 사람들의 순수함을 이용한 사악함,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자신을 포장한 뻔뻔함, 저지른 죄의 내용과 방법에서 드러난 잔인함 때문에 사람들은 충격에서 바로 헤어나지 못할 정도가 됩니다. 그의 치밀한 실력과 솜씨에 놀라기는 하지만 놀라움은 분노의 화살이 되어 날아갑니다.

숨은 그림을 그려놓은 이의 동기도 서로 다릅니다. 보석을 숨긴 이는 사람들이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립니다. 드러내기 위해 숨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죄를 숨긴 이는 사람들이 찾을 수 없도록 숨깁니다. 그에게는 영원한 비밀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결국 한쪽은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숨기고 다른 쪽은 자신을 위해 그림을 숨기는 셈입니다. 결국에는 자신을 위해 그려 놓은 그림 때문에 비참함에 이르고 맙니다.

숨은 그림찾기의 출제자가 되기보다는 그 문제를 푸는 도전자가 되는 삶이 차라리 낫습니다. 찾는 수고와 풀리지 않을 때 겪는 감정의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 자체가 맞추도록 기획되어 있기에 도전자는 기쁨과 만족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그림을 숨기는 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비극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결코 좋은 일을 숨기는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숨기려 하는 것은 죄 이외에 없기 때문입니다.

꼭 숨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숨은 그림이 아니라 열린 그림을 그려 보십시오.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고 소망과 열정을 심어 주는 그림을 그리십시오. 이미 숨겨 놓은 그림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지우거나 스스로 드러내십시오. 다른 이에 의해 밝혀질 때는 이미 늦습니다. 뒤늦은 박수라도 받기 원하다면 숨은 그림을 열린 그림으로 빨리 수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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