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한국에서 일 년 넘게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묻습니다.  한국에서 운전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느냐는 것입니다.  “눈감고도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네에? 정말요? 한국에는 난폭운전이 많다던데요.”
   “그 말 맞습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차머리를 먼저 들이대는 거죠. 그래야 보험 싸움에서도 이긴다네요.”
그래서 또 한 번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시골에서 중학교 다닐 때 버스 운전을 오래 하신 아저씨 한 분이 있었습니다. 10년 무사고 운전으로 표창장도 받은 분입니다. “이제 운전이라면 눈감고도 합니다. 심지어 강원도 똬리고개라 해도...”
  그 때 그런 말을 듣고 정말 눈 감고도 운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서른다섯 살 때부터 지금껏 운전대를 붙잡고 살아오지만 아직 한 번도 눈 감고 운전한 적은 없습니다. 음주운전과 졸음운전이 교통사고의 최대원인이라는데 어찌 차마 눈을 감은 채 운전을 하겠습니까? 살인범이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물론 자살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은 인생운전의 훈련장입니다. 여러 번 글도 쓰고 설교도 했습니다만 운전을 잘하려면 뒤비침거울은 잠깐씩 보고, 옆비침거울은 조금 더 자주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눈동자는 대부분 앞을 응시해야 합니다. 코앞도 보아야 하고 저 멀리도 보아야 합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과거에만 사로잡혀 사는 것은 건강한 삶이 아닙니다. 현재 닥치고 있는 문제에만 온통 관심을 쏟는 것도 지혜롭지 않습니다.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많은 시간과 지혜를 미래 저 멀리 있는 장래를 내다 보며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야 합니다.
  ‘부딪치면 손해’라는 것도 운전에서 배운 인생론입니다. 설혹 상대편 보험으로 몸도 치료하고 자동차도 고칠 수 있다 해도 충돌사고나 추돌사고는 피해야만 합니다. 망가진 몸을 고친다 해도 정신적 충격 등 완전회복은 어림도 없습니다. 평생토록 배우는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운전이 가르쳐 준 막강한 교훈입니다. 35년 동안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데도 아직 ‘그 놈의 소갈머리’를 다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신형이 나오면 작동시켜야 할 것들이 몇 개씩 늘어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꾸벅꾸벅 졸아가면서 인생운전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술이나 마약에 취하는 것도 정신이 몽롱해진다는 점에서는 졸음운전과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술이나 마약이나 도박에 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자동차를 항상 또렷한 정신으로 몰아야 하듯이 인생도 한 순간 한 순간을 똑똑한 정신으로 살아가야만 합니다.
  운전에서는 인생의 지혜만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교훈도 많이 발견합니다. 한 번 구원받았다며 안심하고 졸다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신자들도 적은 수가 아닙니다. 그래서 찬송가 그대로 ‘늘 깨어서 기도하며’를 불러야 합니다. 저 하늘을 바라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똑똑한 정신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는” 하늘 아버님(시 121:4)의 손을 꽉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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