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요즘 한국 TV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얼마 전 한 지원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언뜻 보아도 순수 아마추어같지는 않아 보였던 주인공은 한때 모 개그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방송인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아마추어들이 참여하는 공개 경쟁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인 셈이니까요. 그의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낼 일입니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예선 현장에 나타난 것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은 개그가 아니라 노래였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행감의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개그계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은 이유도 실력이 없거나 운이 따르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를 저렇게 좋아하는데 개그에 목숨을 걸지는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긴장의 순간, 그녀는 심사위원 앞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정을 듣고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지원자의 실력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노래의 첫부분을 어느 정도 듣던 심사위원들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묻어나왔습니다.
문외한인 내가 듣기에도 그녀에게서 특별한 가창력이나 호소력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이번엔 분위기가 다른 곡으로 춤까지 섞어가며 마음껏 자기를 드러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탈락.

어떤 심사위원은 지원자를 위해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며 그녀에게는 가수를 할 만큼의 재능은 없는 것 같다고 냉정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실망과 안타까움의 순간.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당사자가 끝까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심사받는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도 그녀는 계속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과 사람들이 자신을 몰라 준다는 생각 때문에 속상해 했습니다.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측은함이 답답함으로 변해갔습니다.

꿈은 정말 이루어질까요? 할 수 있다는 구호로 무장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정말 원하는 대로 될까요? 성경의 압살롬은 기름부음받지 않은 왕이라 불리우는 사람입니다. 누구 못지 않은 열망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가졌지만, 그에게는 왕의 자질이 없었고 왕으로 기름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뜻이 없었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였습니다. 그가 서 있는 삶의 자리와 역할에 충실한 자세였습니다. 작은 것처럼 보여도 그 일로 인정을 받으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소위 재능 있는 사람들, 혹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사람들 가운데 행복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족감이나 보람 없이 일을 합니다. 때를 기다리며 산다고 말은 하는데, 내면에는 세상이 자신을 몰라 준다는 생각만 가득하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은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알아 보는 눈이 세상에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나름대로 칼을 갈고 기회를 엿봅니다.
그러나 그를 알아 주어야 할 이는 세상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노력을 쏟아 부어도 남는 것은 허탈감뿐입니다. 망상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성경은 마땅히 품어야 할 생각 그 이상의 것을 품지 말라고 교훈합니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아는 것이라 말했나봅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에 대한 착시와 망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물론 깨지고 지나 보면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미리 알 수는 없을까요. 그로 인한 낭비와 후회를 막을 수 있을 텐데말입니다. 글쎄요. 지혜자의 말씀을 듣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하는 용기가 아니라 인정하는 용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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