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온누리교회)

어둠은 약한 자들의 피난처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은 악한 자들의 은닉처라는 말이 더 맞을 것입니다. 헬라적인 개념으로 설명한다면 어둠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은 악입니다. 그 세력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인간들의 마음과 의지를 어둠 속에서 조종합니다. 어둠 밖에서는 힘을 쓸 수 없기에 그는 한 조각의 어둠이라도 지키려 하고 그 속에 숨어 내일을 기약하지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제발 모든 것을 다 용서해줄 테니 사실대로만 말하라고 합니다. 그는 상대가 저지른 잘못보다는 잘못을 감추려는 거짓을 더 힘들어하는 듯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노라면 인간이 얼마나 진실을 갈망하는 존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인간이 얼마나 무시당하기를 싫어하는지를 보여 주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잘못을 빌며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이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수치만 당한 채 꼼짝없이 모든 것을 잃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런 경험을 해보았기에 갖는 생각이고 그런 예를 너무나 많이 보았기에 든 생각입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은 불편한 진실을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실대로만 말하면 용서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을 알면 더 화를 내는 것입니다.

사실대로 말하라는 것을 단지 회유로만 여기고 끝까지 입을 다문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밝힐 게 없다고 판명되면 시련은 지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그를 치명적인 죽음으로 몰고가는 올무가 됩니다. 죽어도 말 못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장 반기는 이는 바로 어둠의 영입니다. 그야말로 죽다가 살아나는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어둠은 비밀입니다. 비밀은 사탄이 서식하기 좋은 배양소와 같습니다. 그는 그 속에서 강력한 힘을 회복하고 지배력을 키워갑니다. 머지 않아 다시 그 영혼을 더 큰 범죄의 현장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전보다 더 가증스럽고 사악한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용서가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 버립니다.

어둠의 반대는 빛입니다. 비밀의 반대는 고백입니다. 고백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고백은 상대를 아프게 합니다. 어쩌면 영원히 그와 갈라서게 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관계가 단절된다면 잠시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실로 인해 풍파를 경험하는 것이 거짓에 근거하여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왜냐하면 진실이 있는 곳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은혜가 임한다면 불편한 진실의 고백은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은 새로운 이해에 이르고 새로운 헌신을 하게 되며 더욱 깊은 신뢰감을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 비밀을 통한 가짜 평안이 아니라 진실에 근거한 진짜 평안만이 지속적이며 실제적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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