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미국 달라스 비행장에서 다음 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 년에 6천만 명이 거쳐 간다는 엄청나게 큰 비행장입니다. 시간이 있기에 공항시설 구경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복합신앙 예배실'(Interfaith Chapel)이라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들어가 보았습니다.
입구 안내실에는 성경, 쿠란, 몰몬경, 불경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안내 책자에는 “행동하는 사랑” (Love in Action)이라는 표어가 큰 글씨로 쓰여 있고 어떤 종교인이든지 이곳에 와서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영적 상담을 받을 수 있답니다.
문을 열고 예배실로 들어갔더니 한 사람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나 예수도 그 뒷줄에 앉아 묵상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앞에 있는 사람의 기도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님, 저는 개신교회 목사입니다. 그런데 꼭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과 우상을 함께 섬기는 복합종교예배실에서 드리는 예배도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지요? 엘리야가 바알신 믿는 선지자 사백 오십 명을 싹 쓸어 죽인 것처럼 저 입구에 있는 쿠란, 불경, 몰몬경 등을 싹 쓸어다가 불태워야 하지 않을까요?”
나 예수는 무엇인가 확실하게 대답해 주어야 할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종교전쟁이 발생할 씨를 뿌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뒷줄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하지 않고 우레 소리로 대화했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 예수를 자기 부하로 만들려고 유혹했던 마귀를 아예 사형처분하지 않고 살려 보낸 것 말이다.”
“저도 그게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가라지를 추수할 때까지 뽑아 버리지 말고 가만 두라는 말씀은 어떻게 읽고 있느냐?”
“마지막 심판 날에 불태우실 것이라고 설교했습니다.”
“한 가지 더 물어보겠다. 나 예수가 곧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받는 일은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특히 예루살렘 성전에서 했다면 그것도 큰 은혜가 있는 것이지. 그런데 굳이 빌립보 가이사랴 그 먼 곳까지 열두 제자들을 이끌고 가서 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그 곳에는 우상 섬기는 신당 곧 로마신전, 헬라신전, 헤롯신전 등이 버티고 있는 곳이라서 주님만이 참 하나님의 참 아들이심을 선언한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잘하였구나, 충성스러운 목자여. 여러 신들을 섬기는 일로 들끓는 그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선포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 목표만 분명하다면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니라.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사랑으로 해야 한다(고전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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