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한국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역사적 인물들이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이라면 바로 존 칼빈 혹은 요한 깔뱅이지요. 장로교회를 설립한 인물로 칭찬받을 사람입니다. 그런데 장로교회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가 한국 아닙니까. 그래서 스위스에 살고 있는 그는 두통거리가 있을 때마다 고개를 돌려 한국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그럴 때마다 잔잔한 미소가 얼굴을 가득 덮곤 합니다.
하지만 나 예수는 한국을 바라볼 때마다 미소 정도가 아니라 함박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교회역사가 125년이라면 2,000년과 비교할 때 아직 어린 교회라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미국 다음으로 많은 해외선교사를 파송한 나라가 되었지요. 아니, 인구비례로 계산한다면 꼬레아가 바로 선교 1등 국가입니다.
드디어 어느 날 내 발걸음이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복음의 씨를 최초로 뿌린 언더우드와 아펜셀러 선교사처럼 인천에 내려 서울로 갔습니다. 그런데 제일 먼저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이 있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세종대왕입니다. 동북아시아에 오면 그 나라의 어른에게 가장 먼저 예의를 갖추는 것이 바로 유교문화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세종로로 달려갔습니다.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는 세종로입니다.
“대왕님 강녕하셨습니까?”“네 이름 먼저 아뢰렸다.”
“방랑객 청년 예수입니다.”
그 말을 듣고 세종대왕께서는 용상에서 내려오려 하기에 극구 말렸습니다. 견문이 넓은 그분은 예수라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인지 환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기야 나이로 따지면 내가 1천 4백 살은 더 먹었으니까요.
“대왕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경을 한글로 적어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은택이었습니다.”“야소교 신자들로부터도 그런 말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한 것뿐인 걸요.”
“한 가지 더 감사드릴 것이 있습니다. 한글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이름 붙이셨더군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 들었습니다만 그건 동시에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복음’이라고도 풀 수 있습니다.”“그건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요.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신묘막측하십니다.”
그분을 만나니 세종대왕님은 하늘 아버지께서 한국 분들에게 내려주신 최고의 선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 예수가 역사학자라면 세종대왕보다는 ‘세종황제’로 불러 드리고 싶기도 하구요.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네로에게도 황제칭호를 붙이는 걸 생각하면 그분에게는 더 좋은 칭호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분을 작별하고 종로 5가의 연동교회로 갔습니다. <한국말 성경전서> 출간 100주년 기념예배와 학술대회가 그곳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세종황제께서 만든 한글로 성경을 적었기에 수많은 백성의 영혼도 살아나게 되었고 또 천대받던 한글의 권위도 살렸답니다.
함생의 원리가 거기에도 있었습니다.

*본 글은 필자가 예수님의 관점을 빌어 써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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