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영 목사(순복음시카고교회)

가을이 깊어갑니다. 이제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바람결에 스치며 떨어지고 구르는 낙엽을 보며 때로는 허전함을 느낍니다. 가을은 열매 맺는 계절, 또 낙엽의 계절입니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나와서 연초록 잎이 됩니다. 그 잎이 여름에는 검푸르고 무성하게 자랍니다. 가을에는 그 잎들이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집니다. 흔히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를 낙엽수라고 합니다. 반대로 잎이 떨어지지 않고 식물에 달라붙어 있는 나무를 상록수라고 합니다.

잎이 낙엽 되는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몸속에 들어 있는 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땅 위에 사는 식물들은 땅속에 있는 물을 빨아들여 줄기 속에 있는 물관을 통해 잎을 거쳐 기공(氣孔)으로 내보냅니다. 이러는 동안 식물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양분을 만들고 영양소를 몸속에 쌓게 되는데, 가을이 깊어가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공기 중의 물기가 점차 없어지면, 뿌리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것보다 식물 몸속에 들어 있는 물이 밖으로 더 빨리 빠져나가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식물들은 물이 자기 몸에서 빠져나가는 통로인 잎을 낙엽으로 만들어 자기 몸에서 떼어냄으로써 물이 자기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합니다. 이런 점에서, 식물들이 낙엽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일부분을 희생하여 전체를 보존하려는 적극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은, 잎이라는 기관이 자연적으로 죽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늙어 죽는 것처럼 잎도 늙으면 떨어집니다. 잎을 이루고 있는 여러 세포의 구성성분들은 끊임없이 합성되고 분해되는데, 잎이 늙으면 이러한 구성성분들의 합성속도가 늦거나 또는 분해속도가 합성속도보다 빨라져 세포를 이루고 있는 구성성분이 없어지며, 따라서 낙엽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식물 호르몬이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잎이 커지고 있을 때 옥신(auxin)은 잎자루쪽으로 옮겨져 잎이 늙어가는 것을 막아 주지만, 그 양이 줄면 잎이 늙게 됩니다. 잎이 떨어지기 전  잎자루에는 떨켜가 만들어지며, 떨켜가 만들어진 곳을 경계로 잎이 떨어집니다. 떨어진 자리에는 병균 등이 들어오지 못하고 물이나 양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코르크층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모든 식물들이 떨켜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외떡잎식물들과 쌍떡잎식물 가운데 풀들과 일부 나무, 겉씨식물인 가문비나무 종류들은 떨켜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강한 바람 등의 기계적 힘에 의해 낙엽이 떨어집니다. 떨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늙어 쓸모없는 잎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매달려 있기 때문에 새 잎이 나오지 못하며, 강한 힘이 주어지면 잎이 식물의 다른 조직과 함께 떨어지므로 식물의 다른 조직들이 상하기 쉽습니다.

이와 같이 잎은 공기 중의 습도가 낮거나 늙어서 떨어지는데, 여기에는 일조 시간과 온도가 큰 영향을 미치며, 환경의 갑작스런 변화나 잎의 영양상태 및 병 때문에 잎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가로수의 경우, 가로등 불빛을 받고 있는 잎이 불빛을 덜 받는 잎보다 더 늦게 떨어집니다. 병에 걸린 잎은 병에 걸리지 않은 잎보다 훨씬 빨리 떨어집니다. 누렇게 떨어져 쌓여 있는 가을 낙엽은 우리에게 귀한 교훈을 줍니다.

낙엽은 잎의 탄생과 성장과 사멸을 보여 줍니다. 존재의 자연의 섭리를 나타냅니다. 사람도 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태어나 한평생 살다가 낙엽처럼 떨어져 대지의 품에 안깁니다. 낙엽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첫째, 낙엽에게서 때의 지혜를 배웁니다. 봄과 여름에는 태풍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잎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을이 되어야만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집니다. 이 세상에 모든 일에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싹이 날 때가 있고,  잎이 돋을 때가 있고, 꽃이 필 때가 있고 열매를 주렁주렁 맺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도 때를 알고 때를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낙엽이 주는 첫째 지혜는 때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는 시효가 있습니다. 신용카드와 운전면허증도, 영주권과 시민권도 모두 시효가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경제적인 힘이 있을 때까지 유효합니다. 운전면허증은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유효합니다. 시민권은 이 땅에 살 때까지 유효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신앙 즉 하나님의 자녀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둘째, 낙엽에게서 직분의 지혜를 배웁니다. 여름에는 잎사귀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가을에만 떨어집니다. 그것은 자기의 직분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태양의 빛으로 영양분을 생산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나무를 성장시키는 것이 잎사귀의 사명이요, 직분이요, 책임입니다. 잎사귀는 그 사명을 다하기까지 나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름에 심한 폭풍, 비바람이 불어 잎사귀가 쉽게 떨어질 것 같은데 떨어지지 않습니다. 무서운 집착력을 가지고 악착같이 붙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직분이 있어서 그것을 행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하지만 사명을 가진 자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합니다. 자기의 직책과 사명을 완수한 다음 조용히 물러서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잎사귀는 조용히 떨어져 낙엽이 됩니다. 그것은 때를 알고, 때에 순응하는 낙엽의 놀라운 지혜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갑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아직 기회가 있고 헌신할 직분이 있음을 감사하게 됩니다.

셋째, 낙엽에게서 헌신의 지혜를 배웁니다. 낙엽은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어 봄에 돋아날 새싹을 위하여 새 생명을 준비합니다. 자기를 희생하여 낡은 것은 새 것을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묵은 생명은 새 생명의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연의 만물은 영원히 보존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낙엽에게서 헌신의 지혜와 덕을 배웁니다. 산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와 목표와 소중한 것을 위하여 자기의 존재를 바치는 것입니다. 너무 분주한 인생을 살다 보면, 낙엽이 떨어지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살 때가 많습니다. 잠시 눈을 돌려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 낙엽에게서 때의 지혜, 직분의 지혜, 헌신의 지혜를 배워 봅시다. 때를 알고, 직분과 사명을 다하면서 승리의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살리기 위해 피를 흘려 주셔서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낙엽처럼 되셨습니다. 역사의 가장 위대한 헌신은 예수님께서 베풀어 주신 헌신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다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제가 힘들어 앞이 잘 안 보이십니까? 문제 속에 있어서 너무 힘드시나요? 해결되지 않아 너무 어렵습니까? 당장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는 소리가 없어도, 여러분, 힘을 내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예수님 안에 계셔서 주시는 소망을 가지고, 오늘의 힘든 환경을 이기고 나아가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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