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주간신문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맨 끝면 아래쪽에 “위치 좋은 교회 급 매매”라는 광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급한 사정이 있어 ‘저렴한 값’에 판답니다. 
  교회가 매매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이 무척 서글펐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당사자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마침 통화가 되어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한 곳에 도착하니 아파트 단지 상가건물에 있는 교회였습니다.

   “교회를 왜 팔려고 내어 놓으셨습니까?”
   “생활비와 자녀교육비가 없습니다. 아내도 돈 벌러 간다면서 가출한 지 두 주째나 되네요.”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초라한 행색을 한 담임목사는 낙심천만한 목소리였습니다. 가련한 생각도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헐값이라니까 조금 있는 돈으로 사서 좋은 목자에게 맡기고 싶었습니다. ‘주님께서 세운 교회’조차 이토록 천대받고 있다니 사뭇 가슴이 찢어집니다.
  주일 아침 나 예수는 그 교회로 갔습니다. 현황파악이나 제대로 한 다음 사든지 않든지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김에 설교를 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습니다. 조그만 방 하나만 임대해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모여 예배드렸습니다. 모두 열다섯 명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온 우주를 말씀으로만 창조하셨습니다. 짐승과 새를 만드실 때에는 흙을 사용하셨지요. 남자를 만드실 때에는 땅의 재료인 흙과 하늘의 재료인 생기를 투자해서 만드셨고, 여자는 조금 더 고급재료인 남자의 갈비뼈를 사용하셨습니다.”

눈동자들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침묵시간을 가진 다음 비통한 음성으로 이렇게 설교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교회만은 ‘피값’을 주고 사셨습니다. ‘주님께서 세운 교회’를 위하여서도 생살을 찢으시고 뜨거운 피를 쏟으셨습니다. 피는 곧 생명이니까 생명을 바치셨다는 뜻입니다.”

그리고는 십자가 위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애타는 음성으로 결론을 맺었습니다.
   “그래서 호소합니다. 이 교회를 살리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피값 헌금을 하기로 결심합시다. 이 강대상 뒤에 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저도 가진 재산을 몽땅 헌금하겠습니다.”

장년성도들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날 저녁 담임목사로부터 전화연락이 왔습니다. 교회를 헐값에 안 팔아도 되겠다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그날의 헌금이 매우 큰 액수였고 또 약속헌금도 상당액이 된답니다. 무엇보다도 목사 자신이 생살을 찢고 피값을 제단에 드리겠다는 결단으로 사역을 계속하기로 했답니다.
  나 예수는 헐값교회가 피값교회로 회복되는 행복을 또 한 번 맛보았습니다.

*본 글은 필자가 예수님의 관점을 빌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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