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나 예수는 마리아 어머님에게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건 어느 어머니나 마찬가지이지요. 어릴 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그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했던 것은 바로 동방박사들이 찾아온 사건입니다. 그토록 추운 겨울에 베들레헴 시골구석까지  찾아왔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이겠습니까?
   “우리가 한 일 년 정도는 나사렛으로 가지 않고 베들레헴에 살았어. 네 아빠가 목수이신데 무슨 일이나 듬직하게 해 내니까 일감이 많이 생겼지. 게다가 네가 다윗 임금님의 후손이라 나도 너를 그분의 고향 베들레헴에서 키우고 싶었어.”그래서 집도 사글세로 얻어 장기투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는 것입니다. 열두 명 일행이었답니다.
  “여기가 유태인들의 왕이 되실 아기가 살고 있는 집입니까? 우리는 한 일 년 전쯤 동쪽 나라에서 특별한 별을 보고 그런 분이 탄생한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그분에게 예배드릴 수 있도록 아기를 뵙게 해 주십시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경계의 눈초리로 자세히 살펴보았답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과 말씨에서 진정성을 충분히 확인했기에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나 예수에게 두 번 반을 엎드려 절을 했답니다. 그리고는 하인들이 짊어지고 온 짐짝 깊숙한 곳에서 예물 함을 꺼내어 놓더랍니다. 황금덩어리와 유향묶음과 몰약 병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들은 왕족으로서 우주에 대한 연구를 무척 많이 한 박사님들이었어. 특히 별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연구하여 그들의 왕이 정치를 잘하도록 돕는 사람들이었대. 그런데 바로 이 곳 유태인 땅에 우주의 왕이 태어나셨다는 걸 알려주는 특별한 별을 보았다고 했어.”어머님은 ‘우주의 왕’이라는 말에 특별한 힘을 주어 말씀했습니다. 저의 영혼 깊은 속에 넣어 놓으려는 뜻인가 봅니다.
  나 예수는 나이가 들면서 그들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활 뒤에야 겨우 짬을 내서 그들을 찾아갔습니다. 이미 70세 넘은 노인들이 되었습니다. “제가 청년 예수입니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을 때 그 먼 데서 찾아 오셨었지요. 황금. 유향, 몰약 같은 귀중한 선물까지 가지고 오셨지요. 얼마나 감격했는지요. 답례인사라도 꼭 드리려고 뒤늦게나마 찾아 왔습니다.”
  그들은 입을 딱 벌린 채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또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땅에서 머리를 들어 올리지 않은 채 한참이나 그대로 있었습니다.
  “저희들도 소식 들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생명을 찢어 모든 인류와 만물에게 선물하셨다는 소식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까지도 메시아의 생명을 선물로 받았네요. 저희들이 드렸던 것보다도 훨씬 좋은 선물, 살을 찢으시고, 피를 흘리시고, 뼈를 깎아서 만드신 선물을....”
그들은 감격에 차서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 이 글은 필자가 예수님 관점으로 쓴 소설형식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