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며칠 전 어느 성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가 가깝다는 의사의 의견을 듣고 임종기도를 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금방 돌아가시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날 사실 것 같지 않다고 하네요. 목사님께서 오실 수 있는 날을 정해 주시면 가족들이 모이겠습니다.”그런 일에는 되도록 빨리 달려가는 것이 목회자의 도리이기에 그 날 저녁 7시로 약속을 했습니다. 도착하니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환자의 얼굴을 바라보니 호흡보조장치를 끼고 있었고 심한 혼수상태였습니다. “이금주 권사님, 이정근 목사예요. 기도해 드리려고 이정근 목사가 왔어요.”
  그렇게 조금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목회는 은퇴하더라도 자신의 장례식은 꼭 집례해 달라는 요청을 했던 분이라 일부러 저의 이름을 두 번 넣었습니다. 이 권사님은 꼭 감고 있던 눈을 약간 떴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조금 흘렸지만 얼굴 전체는 환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권사님의 은혜찬송인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모인 사람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이어서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눅23:46) 하신 성경말씀을 읽고 간략하게 풀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간곡하게 기도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 이금주 권사님의 영혼을 하나님 아버지 손에 부탁하옵나이다.”
그런 다음, 찬송가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를 부르면서 이 권사님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입가에는 미소가 있고 고요한 평화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권사님께서 평생토록 여러 번 외우신 주기도문을 우리 모두 함께 외우시겠습니다.”주기도문을 함께 외우고 눈을 떠 보니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주기도문 외우는 동안 영혼이 하나님 아버지 품으로 가신 것입니다.

이 권사님이 남기신 간증이 몇 개 됩니다. 그 중의 하나는 유니온교회가 넓은 성전을 구입하고 교회 이름을 반석에 새겨 입구에 설치할 때 3천 달러의 비용이 있어야 했습니다. 건축헌금 하느라고 모두 진이 빠져 있는 때라 그만한 헌금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광고하던 날 이 권사님은 축도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예배실 문을 나와 안내석으로 가서 3천 달러라고 쓴 약정서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며칠 전, 어떤 허름한 한복을 입은 분이 내게 와서 공책을 펴 보이는데 거기 ‘일금 3천 달러’라고 쓰여 있어요. 거기에 사인하라고 하기에 그 금액이 너무 많아서 어렵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의 손을 가져다가 강제로 시키지 않겠어요. 그리고는 꿈을 깨었거든요.”
  그런데 담임목사의 그런 기도요청을 듣는 순간, “아, 바로 이거였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답니다. 그래서 꿈에 본 것처럼 종이에 써서 약속한다는 간증이었습니다. 행여 남들이 먼저 할까봐 축도 끝나면서 바로 달려 나왔다며 기뻐했습니다.

   실상 그 권사님의 생애는 매우 험난했습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모두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에게 확실하게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은 누구나 ‘신비한 은복’을 맛보게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계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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