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교회는 건물이 아닌데 왜 그렇게 성전건축에 야단들이냐는 꾸중들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어떤 한인교회가 5천만 달러 규모의 성전건축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경매 처분되는 충격적 사건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교포들이 이민생활에 등뼈가 휘도록 노동해서 바친 헌금인데 그걸 쓰레기통에 내다 버린 셈이니 이런 몹쓸 짓이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세우게 하시지만 사탄은 교회당을 짓게 한다”는 마틴 루터의 경고를 잊지 말라는 여론이 물 끓듯 합니다. 그래도 교회당은 지어야 합니다. 그리고 확장해야 합니다. 환락과 도박의 도시가 아니더라도 인간범죄를 위한 건물들이 저토록 웅장한데, 그래 창조주 하나님을 예배할 건축물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다만 너무 화려하게 짓지 말고 실용적으로 건축해야 하겠지요.
  교회당을 짓는다면 첫번째로는 예배드릴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예배당이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교육관과 도서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과제는 친교실을 짓는 일입니다. 부엌이 딸려 있고 모든 성도들이 함께 음식을 먹는 친교실은 성도들을 함생체로 만드는 일에 큰 몫을 감당합니다. 교회는 바깥세상을 위해서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를 위한 시설도 필수적입니다. 우선 전도센터/선교센터를 마련합니다. 게다가 봉사센터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시설들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당 바로 옆에 노인복지아파트를 건축한 사례가 미국교회들 가운데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정도라면 교회시설로는 굉장히 웅장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제 교회는 문화센터를 꼭 지어야 합니다. 어떤 자리에서 그런 주장을 했더니 의외로 반론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판에 또 무슨 문화센터를 지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건 사치병에 걸린 교회가 하는 짓이라고도 합니다.
  “문화를 사치라고 하셨습니까? 정말 무식하네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습니다. 전투에는 쾌승하면서도 전쟁에는 참패할 수 있기에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문화란 인간 모든 삶의 총칭이라는 것, 인간은 문화 안에서 태어나서 문화 속에 살다가 문화를 남기고 가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신앙생활도 하나님 기뻐하시는 문화를 생산해 내고 나쁜 문화는 신앙적 기초 위에서 새롭게 변형시켜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교회당 시설 가운데 문화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교회당에는 문화센터가 있어야 합니다. 음악당, 체육관, 전시관, 예술제 공간, 영화관 등의 기능을 갖춘 시설입니다. 이곳에서 예수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 만나 대화하고 교제할 수 있는 종합시설입니다.
  무엇보다도 문화센터는 미신자들이 교회 성전까지 들어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령 음악행사에서 반하나님적 음악이 아니라면 전통음악이나 가곡이라도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사랑하는 미신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교회당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하나님과 만나는 성전 바로 그 길로 들어가는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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