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 포이에마

‘단강을 처음 찾은 날은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작아서였을까요, 외져서였을까요, 단강엔 예배당이 없었습니다... 단강의 첫 모습은 영락없는 땅끝이었습니다. 시간이 머문 것 같았습니다... 머리를 한껏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둘이 누우면 여유 공간이 없는 골방 문 위에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한 마디를 써붙이고는 방으로 드나들 때마다 머리 숙여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곤 했습니다. 도대체 이 땅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단강은 농촌의 문제들을 모범생처럼 끌어안고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거반 동네를 떠났고, 힘없고 병약한 노인 분들이 남아 마을을 지켰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슬픔을 이길 힘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슬픔 가운데 있든 절망 가운데 있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누군가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는 이가 있다면 그것이 구원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습니다.’(머리글 일부)
이 책에는 시골 작은 교회의 주보에서 추려내 편집한 글, 주보에서 그대로 스캔한 글, 손글씨 주보를 우편으로 받은 이들이 보내온 편지, 그리고 1993년 4월 11일자, 원래 모습의 주보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1987년 감신대를 졸업하자마자, 강원도와 경기도, 그리고 충청도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단강’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예배당도 없이 목회를 시작했다. 그후 15년간 저자는 교회 안팎의 마을 사람들과 동거동락하며 그들의 삶과 저자의 성찰이 담신 이야기들을  주보에 담아왔다. 단강감리교회 신자수는 20여 명에 불과했지만, 그의 이웃은 단강마을 전체였다. 일하느라 피곤에 지친 몸으로 주일 예배를 지키는 신자들에 대한 미안함, 예배 참석은 하지 않으면서 저자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마을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가난하고 외로워도 농촌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저자는 일일이 손으로 쓰고 복사해 교우들과 나누어 읽었는데,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700부에 가까운 손글씨 주보가 우편을 통해 타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런 인연으로「낮은 울타리」,「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교차로」등에 저자의 글이 연재되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1988년 크리스천 신문사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1992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감리교회에서 6년간 이민목회를 했고, 지금은 부천 성지감리교회의 담임목사이다. 성지교회에서도 이야기가 담긴 「드문 손길」주보를 발행하고 있기에 저자의 시와 동화, 산문을 우편이나 인터넷을 통해 매주 만날 수 있다.  이외의 저서로는 『내가 선 이 곳은』,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 『나누면 남습니다』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