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 목사

시편 19:1-8

9.11을 되돌아보며

악몽 같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9.11 테러, 그것은 순식간에 우리를 경악과 충격, 공포와 비통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습니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소식을 전한다.”고 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역사를 통치하신다면, 언어가 없고 소리가 없어도 모든 사건 속에 하나님의 말과 소식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비극 속에 숨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비극을 비극으로만 끝나지 못하게 하는 길입니다.
이 엄청난 참화에 담긴 하나님의 말과 소식은 무엇입니까?
 

첫째, 눈물의 의미입니다.
눈물은 인간성을 순수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합니다. 그러나 눈물이 메마른 이 세대의 인간성은 거칠고, 인간관계는 황폐해졌습니다.

인간은 언제 울고, 무엇을 울어야 합니까?
이웃의 고난에 울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웃의 고난을 보며 울기는 고사하고 그것을 구경거리로 삼는 비정한 시선들이 차갑기만 합니다.
자신의 죄와 허물에 울어야 합니다. 그러나 죄의식은 마비되고 통회의 눈물은커녕 책임전가와 자기변명에만 급급합니다.
9.11 참극 속에는 울 줄 아는 인간이 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둘째, 인간애의 회복입니다.
나날이 사랑의 샘이 말라 가는 사막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교회라는 사랑의 나무조차 잎은 마르고 꽃은 떨어져, 사랑의 열매를 맺지도 맛보지도 못한 끝에 모두 삶의 윤기를 잃고 핏발선 증오의 시선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악몽의 현장에서 터져 나온 인간애의 샘 줄기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참화의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불구경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애의 샘물을 쏟아 붓기 위해서였습니다.
세계무역센터가 1차 피습을 당한 지 5분도 안 되어 소방관들이 달려갔습니다. 그들이 건물 내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동안 2차 피습을 당했고 347명의 소방관이 무너지는 건물과 함께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그 중에는 비번인 소방관도 있었고 은퇴한 전직 소방관도 있었습니다. 이어서 구조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습니다. 헌혈을 하려는 시민들로 병원마다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강도 만난 이웃을 힘껏 돕고 나서 고요히 자취를 감춘 선한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대신하여 헌신하고 희생했습니다. 우리도 제 몫을 감당해야 합니다. 인간애의 샘터를 마련하고 그 샘물이 필요한 현장에 아낌없이 쏟아 붓고, 이름도 흔적도 없이 훌쩍 떠나 또 다른 현장을 찾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빚을 갚아야 합니다.
이 참극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웃 사랑의 회복을 외쳐 주신 것입니다.

셋째, 죽음 저편의 환상입니다.
줄잡아 무고한 5천여 생명이 창졸간에 죽어갔습니다. 이 엄청난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생생한 현실로 죽음을 불러오시고, 죽음 저편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셨습니다.
죽음은 가장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주제인데, 우리는 의식적으로 죽음을 모른 체하고 살아가면서 죽을 준비를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말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의 죽음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도적과 같이 닥쳐올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권고하십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믿음으로 준비한 사람에게는 죽음 저편에 소망의 문이 열려 있다고 성경은 가르칩니다.
워싱턴 DC에서 드려진 국가 추모 예배시 빌리 그래함 목사님은 테러리스트들이 건물은 파괴했으나 그 터전인 맨하탄이란 반석은 무너뜨리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그 터보다 더 안전하고 영원한 반석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요, 이제 미국을 이 믿음의 반석 위에 재건하자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에서 발견하는 영원한 소망을 붙들어야 하며 자신은 늙어갈수록 더욱 하늘나라의 소망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간증했습니다.
성도는 죽음 저편에서 빛나는 소망을 보고, 모든 속박과 한계를 뛰어넘는 해방의 깃발을 보고, 창조주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영원한 삶의 가능성을 보아야 합니다.
이 참화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죽음 저편의 빛나는 환상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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