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오래 사는 것을 하늘이 내린 복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오복(五福)을 말하며 그 첫 자리에 수(壽), 곧 장수(長壽)를 놓았습니다.
얼마나 오래 살면 장수입니까? 옛말에 “인생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고, 성경도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시 90:10) 했으니, 70세 이상을 살면 장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70세 이후의 생일을 가리켜 희수(喜壽 77세), 산수(傘壽 80세), 미수(米壽 88세), 졸수(卒壽 90세), 백수(白壽 99세) 등 목숨 수(壽)자를 붙여 부르며 특별히 축하하는 관습이 생겼나 봅니다.
장수가 어째서 복입니까? 일반적으로는 남보다 더 오랫동안 좋은 것을 많이 누린다는 뜻에서 장수를 복이라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무엇을 얼마나 오래 누리느냐보다 인생을 얼마나 값있게 사는가로 장수의 복을 가름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사람이 장수할 가치가 있다고 말씀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면 장수하느니라”(잠10:27).
하나님의 규례와 명령을 지키는 사람이 장수할 가치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오늘 내가 네게 명령하는 여호와의 규례와 명령을 지키라 너와 네 후손이 복을 받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한 없이 오래 살리라”(신 4:40).
부모를 공경하는 것도 장수를 누릴 가치가 있는 삶이라고 가르칩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20:12).

한편 유가(儒家)에서는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고도 말합니다.
장수가 복이지만 오래 살 때 육신적 쇠퇴와 정신적 황폐의 욕됨을 피하기 어렵다는 경험의 고백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에서 욕됨의 壽가 아닌 영광의 壽를 만납니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16:31). 장수하되 의롭고 오래 산다면 그것은 결코 욕이 아니라 영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의로운 길이란 하나님과 바른 관계의 삶,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의 삶을 뜻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백발까지 사는 것 곧 장수는 영화의 면류관이요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장로님의 일생은 믿음으로 일관된 삶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백수를 맞으신 그의 백발에서 영화의 면류관을 보며, 감사와 축하로 하나님 앞에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학업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가는 제자에게 스승이 사람 인(人)자 다섯 개를 써주며 그 뜻을 잘 새기라고 당부했습니다. 제자는 사람 인(人)자 다섯 개의 뜻을 이렇게 새겼습니다. “사람이면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이라야 사람이지.”
사람다운 사람, 신자다운 신자, 장로다운 장로, 목사다운 목사, 스승다운 스승이 너무나 아쉽고 그리운 시대입니다.

저는 감히 장로님을 이 시대에 보기 드문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 장로다운 장로, 스승다운 스승, 애국자다운 애국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로님은 처음 임직한 교회를 33년간 섬기시고 정년 은퇴하셨습니다. 그는 정규 신학교를 졸업하셨지만 “신학공부하고 목사 안 된 사람이 교회의 문제아”라는 통념을 보기 좋게 깨뜨리시고 오히려 온갖 문제의 덕스러운 해결사로 시종일관 지도력을 발휘하셨습니다.
장로님은 두 기독교학교에서 34년간 하나님의 자녀와 한국의 아들 딸을 길러내는 기독교교육에 전심전력 헌신하셨습니다.

장로님은 선각각후각(先覺覺後覺)을 좌우명으로 삼고 교육의 결론은 교사론이란 철학으로 “책임 있고 성실한 교사상”구현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 결과 나라와 사회와 교계 각 분야에서 눈부시게 공헌하는 기라성 같은 인재들을 길러내셨고, 제지 중 목사만도 수백 명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장로님은 독립운동에 투신하신 선친을 따라 망명생활의 고초 중에 청소년 시절을 보내시며 나라사랑의 정신을 살과 뼈에 새기셨습니다. 세상 명예를 탐하신 적이 없으셨지만 유일하게 광복회 부회장과, 독립유공자 후손회 회장직만은 기꺼이 맡아 봉사하셨습니다.

지금 우리는 장로님의 모습에서 “내 잔이 넘치나이다.”(시 23:6)라는 다윗의 만년 고백을 봅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와 영원을 바라보는 소망이 넘치는 여생이 되시길 빕니다.
[필자 주:서울 영락교회 초대 원로장로이시며 대광과 영락 두 학교에서 봉직하신 송성찬 장로님은 2010년 8월 백수를 맞으셨고 동년 12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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