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사건은 인생을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틀게 만들기도 합니다. 내가 아는 도미니카의 한 선교사님은 그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한국의 대기업 회장님이셨습니다. 선친의 뒤를 이어 29살의 나이에 회장의 자리에 취임한 그는 공격적인 경영과 탁월한 지도력으로 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세계 제일이 되겠다는 집념과 열정은 그에게 적절한 보상과 명예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만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은 정권교체기마다 어려움을 겪으면서였습니다. 결정적으로는 10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으면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는 그의 관심을 성취지향의 삶에서 의미 중심의 삶으로 바꾸었습니다. 벌어놓은 돈으로 여생을 안전하게 살겠다는 생각은 이제부터 다른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휴양지로만 생각했던 도미니카를 봉사와 섬김의 장소로 바라보게 된 것도 그때였습니다. 그 후 그는 자신의 목숨을 덤으로 얻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던 일들을 자청합니다. 지시만 하던 삶에서 몸소 짐을 나르고 다른 사람의 요구를 채워 주는 일을 익혀갔습니다. 다른 사람이 차려 주던 식탁에 앉기만 하던 사람이 이젠 방문자들을 위해 식탁을 준비하고 반찬 나르는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산토 도밍고에서 월드 그레이스 미션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철 선교사님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변화가 필요할 때 개입하십니다. 존재의 변화, 속도의 변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할 때입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변화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습니다.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버릴 준비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순응적인 일부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엄청난 마음의 갈등을 겪게 됩니다. 결국은 깨어지게 되지만 엄청난 아픔을 함께 겪어야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변화는 그에게 유익합니다.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더욱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유익한 정도가 아니라 필수적입니다. 오히려 변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일으키시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고 이를 따라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변화를 수용하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큰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영적으로 의미있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새 일들이 시작되지요. 김 선교사님의 삶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전의 것들이 하루아침에 다 쓸모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무조건 폐기처분하지는 않으십니다. 필요한 것들을 재활용하게 하십니다. 다만 그것들에 기름부으셔서 거룩하게 사용하실 뿐입니다. 과거와 단절하되 과거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변화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요청 앞에 서 있습니다. 나는 오늘 어떤 변화를 선택해야 할까요. 고집과 두려움이 너무 커서 가시채를 뒷발질하고만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은 본인만 고통스러울 뿐이니까요. 생명으로의 변화가 오늘도 당신 안에서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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