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빌라도가 갈릴리 사람들을 죽이고 그 피를 제물에 섞은 일을 보고했습니다. 이때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같이 해 받으므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2-3).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4-5). 비교적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그래서 설교에서 자주 취급되지 않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누가 재난을 만나면 그가 하나님 앞에 범죄한 까닭이라는 인과응보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재난은 하나님의 심판이요, 모든 행운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단정해 버리면 두 가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는 이 사상이 “선한 자, 무죄한 자가 고난을 당하고 악한 자, 죄 있는 자가 잘 사는 까닭이 무엇이냐?”라는 인생의 가장 오래 된 질문에 전혀 대답이 되지 못한다는 문제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든지, 주변 사람들의 인생 경험을 살피든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선악을 불문하고 시련과 고난을 면제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선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 때로는 말할 수 없는 시련과 고난을 당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둘째는,  이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 중 그 누가 감히 “고난당하는 자들보다 더 의롭다고 자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글로 기록된 역사 자료라기보다, 사색과 명상의 자료로서 취급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로마 총독 빌라도가 갈릴리 사람들을 살해하고 그들의 피를 제물에 섞은 사실에 대하여 보고를 받으셨습니다. 또 건축 중이던 실로암 탑이 무너져서 탑 안팎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죽은 사실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건들이 그 죽은 자들의 범죄때문에 하나님이 진노의 심판을 하신 결과라고 여겼습니다. 이것이 통상 관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분명하게 이런 사상과 인생관을 거부하십니다.

예수님은 남들이 당하는 시련과 고난을 내 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자신이 남보다 더 의롭다고 주장할 자격이나 권리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예수님은 반문하셨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죽었다고 너희 보다 더 죄가 많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너희도 회개치 아니하면 이와 같이 망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려 하면 결코 하나님의 공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비극과 승리는 신자도 경험하고 불신자도 경험합니다. 선한 사람도 경험하고 악한 사람도 경험합니다.

하나님의 의를 설명하는 데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 안에서는 결코 하나님의 완전한 의가 이해될 수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바울도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하는 고난은 장차 하늘나라에서 누릴 영광에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 현실의 삶이 보이는 그대로라면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차원을 향해 눈이 열려 있었던 바울에게는 이런 생각이 참으로 불쌍하고 불완전한 생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의는 오직 영원에서 분별될 수 있고 마침내 그것은 실현되고야 말 것입니다. 의인이 고난을 당하는 잘못은 마침내 바로잡힐 것입니다. 의인을 괴롭힌 악인들은 반드시 보응을 받을 것입니다. 애통하는 자들은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영원한 세상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예수님의 설교는 고발적인 어조를 띠고 있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청중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신랄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예수님이 당시의 청중과 지금 우리에게 경고하시는 말씀의 핵심은 누구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의 명단 첫 자리에 올라 있다고 장담할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세상에서 고난당하는 자들이 나보다 죄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간주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망상을 그만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하나님의 의의 초월성과 영원성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하나님께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착각을 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사실만 가지고 하나님의 진리를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 눈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영원한 처소를 향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합니다. 거기서 마침내 모든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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