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지음 / 두란노
♣ 창조적인 발상은 아주 간단하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창조란 굳이 무엇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낯설게 하는 것이다. ♣ 빈약할망정 내가 매일 퍼내 쓸 수 있는 상상력의 우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자음과 모음을 갈라내 그 무게와 빛을 식별할 줄 아는 언어의 저울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목소리로서의 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머니는 내 환상의 도서관이었으며, 최초의 시요, 드라마였으며,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이야기책이었다. ♣ 한 문화를 다른 문화로 옮겨올 때 이미지와 의미, 형식과 내용을 100% 옮길 수는 없다. 문화가 달라지면 성경에서 얘기하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답답한 분이 하나님이실 것이다. 하늘의 말을 땅의 말로 고치려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은 하늘을 나는 새, 땅의 백합화처럼 살던 때가 있었다. 통계를 내보면 그때 사람들은 12시간 잤다고 한다. 하루 나가서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오면 사흘을 놀았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걱정하지 않은 것이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은 더 이상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명을 만들고 결국 그 문명은 인간의 종말을 불러오고 있다. ♣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을 인간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만이 생긴다. 인간의 힘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즉 인간의 한계를 알 때, 우리는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게 된다(본문 중에서).
저자가 써온 글 중에서 짧은 글귀들을 골라서 편집한 책이다. 글귀에 어울리면서 재치있는 삽화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른들은 늘 한 우물을 파라고 했지만 나는 거꾸로 여기저기 새 우물을 파고 다녔습니다... 아마 내가 기독교에 입문하게 된 것도 그런 우물파기의 하나일 것입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내가 목을 축일 수 있는 최종의 우물파기가 되어달라는 기도’였다면서 저자는 이 책은 완성되지 못한 쪼가리 글귀, 우물파기의 흔적들이라고 설명한다.
이어령 박사는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중앙일보 상임고문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이며 초대문화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축소지향의 일본인』,『지성에서 영성으로』외 다수가 있고, 전집『이어령 전집』(전 20권),『생각에 날개를 달자』(전 12권), 『이어령 라이브러리』(전 30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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