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반 가정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설이 바로 벽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사는 포틀랜드의 일반주택에는 대부분 벽난로가 있습니다. 겨울철엔 온도가 내려가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기에 집안을 따뜻하게 하고 습도를 조절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듯합니다. 이곳에 이사와서 처음으로 우기를 맞아 재미삼아서라도 벽난로에 불을 피워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벽난로용 나무를 사왔습니다. 막내녀석과 기대를 품고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적당량의 나무를 쌓아놓고 종이에 불을 붙여 더미 속으로 던졌습니다. 땔감용으로 잘 마른 탓인지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금세 불길이 타올랐습니다.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는 저와 막내 아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채 5분도 못 되어 하마터면 소방차가 출동할 뻔했습니다. 약간의 연기가 실내에 낀다 싶었는데 곧 천정에 붙은 화재 경보기가 삑삑 울어댔습니다. 이층의 각 방에는 뿌연 연기가 가득했습니다. 하얀 재가 먼지처럼 거실 공간을 날아다니며 카펫이며 소파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나는 경보기 소리를 없애고자 바로 그 밑으로 가서 부채질을 해야만 했습니다. 막내는 어디서 배웠는지 바닥에 납작 업드리고는 코와 입을 막고 포복을 하였습니다. 차마 웃을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창문이란 창문을 다 열 수밖에 없었고 선풍기까지 꺼내어 연기를 빼느라 한참을 땀흘려야 했습니다. 모처럼 낭만도 느끼고 집안도 따뜻하게 하려던 계획은 와장창 무너지고 가족들의 눈총을 맞으며 한동안 덜덜 떨어야 했습니다. 불은 물을 부어서 껐습니다. 하지만 불보다 연기는 더 오래 갔고 연기보다 훨씬 더 오래 간 것은 나무 타는 냄새였습니다. 그 다음날까지도 옷과 카펫에서 흠씬 풍겼으니까요. 원인은 벽난로를 피울 때 열어야 하는 안쪽 개폐구에 있었습니다. 불을 피울 때는 열고 불이 꺼지면 바깥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닫아야 하는 개폐구가 벽난로 안쪽에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열어야 한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실수였습니다. 직업병일까요? 문득 영적인 깨달음이 머릿속을 울렸습니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 닫힌 상태에서 인간들이 하는 어떤 노력이나 기도는 오히려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목적과 동기에 의해 하늘로 기도의 불을 피워올립니다. 하지만 정작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통로가 막혀 있다면 수많은 기도의 제목들은 통로를 찾지 못하고 삶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상처와 이기심, 하나님에게로 빠져나가야 할 죄의 연기들. 그것들은 악취가 되어 주변사람들에게까지 불쾌감과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늘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그 문을 열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입니다. 하늘의 문이 열리면 우리가 피우는 기도의 불은 하늘로부터 임하는 흡입력에 의해 완전 연소될 것입니다. 원료에서 뿜어나오는 유해한 성분들도 불길에 녹아져 연기가 될 것입니다. 그것들은 광활한 우주의 공간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겠지요. 먼저 하늘로 통하는 문을 여십시오. 그래야 완전히 태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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