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사는 한 성도의 가정을 심방했습니다. 미국에 온 지 이제 11개월째 되는 젊은 부부는 낯설음과 외로움의 장애물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다과와 함께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말씀으로 격려하고 축복하는 기도로 심방을 마쳤습니다. 심방의 보람은 말씀을 들은 성도의 표정에서 깨달음과 결단의 표정을 볼 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향하기 위해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있어야 할 차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왔을 때 주차 공간이 없어 이곳저곳을 헤매야 했습니다. 찜찜한 구석이 없진 않았지만 더 늦어서는 안 되겠기에 길가에 차량을 세워 두었습니다. 밤이기도 하고 또 비가 내리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다시 보니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구역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불법주차로 신고한 것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근처에 서 있는 경고표지판을 보고 견인업체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업체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차량의 소재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적지 않은 액수의 비용까지 알려 주면서.

견인되고 다시 찾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두 시간. 3백 불이라는 거금을 치르고서야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심방을 받았던 성도는 당혹스러워했고 상황을 들은 다른 성도는 빨리 잊으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나 역시 당혹스러움과 허탈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생활 중 그렇게 주차한 것도 처음이고 견인된 것도 처음이니 당연한 현상이겠지요. 무엇보다 마음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벌금을 내지 않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을 단념했습니다. 내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투철한 미국 시민의 신고정신을 폄하하거나 원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금지구역에 주차한 것은 분명한 규칙위반이니까요. 그리고 기본과 법의 준엄함을 배운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실 미국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은근히 위반하거나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는 행동들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 일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 수업료였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 순간 또 하나의 깨달음이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단지 벌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또 다른 징계의 경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네가 멈추어야 할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 동시에 수치를 당하게 될 것이다.” 순간 나는 진지한 태도로 자신을 돌아보며 멈추어야 할 것, 바로 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시대를 향해 경고하시다가 인간들이 기회를 저버리면 무섭게 심판하시는 하나님도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은 친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경외해야 할 대상이라는 내 설교의 한 구절도 떠올랐습니다. 나만 아니라 이 시대가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함 그리고 두려우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젯밤은 그런 생각들로 잠 못 이루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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