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결혼 건축가 Marriage Builder

“결혼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구체적인 행동원리의 추출에 있어서 우리는 성경을 최종적인 권위로 삼아야만 합니다. 우리의 현대 상황을 빙자하여 성경의 결혼관을 제한시키는 이른바 문화적인 해석들은 단호히 거부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성경을‘문화화(化)’하다 보면 나중엔 하나님의 지혜의 자리에 인간의 편협한 사고가 들어앉게 되고 맙니다. 나는 성경의 무오성과 초문화적인 권위를 인정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서문 17쪽)

『결혼건축가 The Marriage Builder』(Lawrence J. Crabb, Jr. 지음, 두란노 펴냄)라는 책은 제목도 특이하고, 내용이 일반 심리학적인 접근을 넘어서는 것이 그 특징이다. 원리적인 부분과 실제적인 부분이 잘 조화되어 있다. 지난 호에 소개한『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가 원리적이고,『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가 실제적이라면『결혼 건축가』는 성경적인 원리를 강조하면서 실제적인 내용으로 접근한 책이다.

기혼자는 물론이고,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신앙 안에서 가정을 세우는 귀한 지침이 될 수 있는 내용이 펼쳐진다. 1부를 건축 청사진으로 비유하며‘연합’이라는 주제로‘영적 연합’(안전감/중요감의 인격적인 필요를 채워 주실 수 있는 분으로 오직 그리스도만을 신뢰),‘정신적 연합’(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신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인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배우자를 섬기는 것), ‘육체적 연합’(인격적인 관계의 표현과 연장으로 성적인 쾌락을 즐기는 것)을 다루었는데, 마지막에 부부의 성을 신앙적 관점에서 전개한 부분이 독특하다.

1부에서 나누고 싶은 내용은 하나님께서 친밀한 관계를 위해 결혼을 계획하셨다는 영적 연합의‘안전감(security)/중요감 (significance)’이라는 개념이다. ‘안전감’은 아내에게, 중요감은  남편에게 필요한 것으로, 남편은 아내의‘안전감’의 필요를 채워 주는 관계 속에서 아내와 하나되고, 아내는 남편의‘중요함’을 채워 주는 관계를 통해 남편과 하나되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안전감과 중요감은 그리스도 안에서만 채워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연합을 통해 기대하시는 것은 부부가 결혼을 통해 단지 서로 필요의 충족을 경험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이다.

2부에선 건축 재료 즉 건축 블록에 비유하며‘은혜, 헌신, 수용’을 차례로 다루는데, 다른 책과 구분되는 2부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 많은 결혼에서 참된 연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부부의 노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건축용 블록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목수가 망치를 힘주어 정확하게 두드릴지 모르나 나무와 못이 없다면 허사에 지나지 않습니다.”(146쪽)

블록 1 - 은혜 the grace of God 

“모든 관계가 죄의 파괴력에 의해 뒤틀려 버린 이 세상에서 우리의 희망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인식밖에는 없습니다... 인생의 사건들이 우리를 넘어지게 하고 주저앉게 하는 그때가 바로 제사장권을 행사하여 하나님의 은혜와 보좌 앞에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153~157쪽)

부부 관계를 끝내려고 하는 상담 사례를 옷을 찢으려 한다고 비유하고, 내담자의 마음/태도 밑바닥에서 어떤 기본적인 진리들을 믿기를 거부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 예로, 왕이나 지도자들은 옷을 찢을 수 있지만 하나님께 나아가고도 죽음을 면하는 제사장의 특권이 곧 믿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태도가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의 연합을 이루어가려 함에 있어서 우리는 결코 어떤 실패나 낙심이나 비극도 우리로부터 하나님은 우리의 결혼을 치료하실 수 있고 더욱 성숙시키실 것이라는 확신을 빼앗아 가도록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충분치 않을 만큼 비참한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158쪽)

블록 2 - 헌신 true marriage commitment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소망을 붙들 수 있는 만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이제 우리는 하나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든 거기에 기꺼이 우리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161쪽)

쉴새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아내, 애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남편을 사랑하고, 복종하라는 말씀이 때때로 부모님의 잔소리로 들릴 수 있다고 비유한다. 그런데 문제 있는 배우자를 향해 기쁨의 헌신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믿음의 부족이라는 것이다.‘은혜’에 이어서 믿음을 계속 강조한다.  

“약한 헌신에 대한 기본 치료책은 재헌신의 노력이 아니라 온전한 믿음입니다.‘원함이 있든 없든 아내를 사랑하고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격려는 문제의 뿌리에 도끼를 갖다대지 못합니다. 순종의 맥락으로서 하나님의 선하심이 분명히 인식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격려는 기껏해야 분노와 불화의 잡초가 퍼져나가는 걸 막아 주는 역할밖에는 못할 것입니다”(169쪽)

블록 3 - 수용 acceptance of one’s mate

“성경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참는 것보다 더 많은, 휠씬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받으신 것같이 서로를 받아야 합니다(롬 15:7). 우리는 사랑 안에서 서로를 용납해야 하는데 그것은 체념의 한숨으로 그냥 참아 주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엡 4:32). 우리는 사랑과 오래 참음과 자비의 성령의 열매를 드러내야 하는 것입니다(갈 5:22).”

수용이라는 조금 세련된 용어를 사용했지만‘용서’에 가깝다는 생각이다.‘사건-감정(유쾌감/불쾌감)-결정(섬김/조작)’을 도표로 자세히 소개하며 신앙적인 관점을 제시하는데, 끝으로 용서가 아닌 것/불완전한 용서/완전한 용서를 말한다.

“배우자를 수용한다는 것과 배우자에 대해 유쾌감을 느낀다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전자는 책임이고 후자는 축복입니다. 배우자를 수용한다는 것은 용서의 작업에 달려 있으며, 용서의 작업은 다시 배우자의 거슬리는 행동을 성경적인 컨텍스트에서 보려고 하는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179쪽)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전도서 1:10).

지은이가 서문에서 결혼에 관한 또 하나의 책을 내는데 새로운 내용을 담는다는 것이 가능한가를 자문하면서 인용한 말씀이다. 자칫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전도서 12:13)와 같이 되지는 않는가 말이다.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지은이가 성경적 기초/신앙을 강조해서 사실 답답할 수도 있다. 좋은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에 더해 지은이의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 상담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제이 아담스(Jay Adams)와 함께 지은이는‘성경적 상담’을 주장하고 있어 신앙적인 접근이 이 책에서 귀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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