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곧은 길, 구부러진 길, 꼬불꼬불한 길, 가파른 언덕길. 산길, 낭떠러지의 길, 가지 않은 길... 수없이 많은 길들을 생각해 본다. 위험했던 길들, 숨차게 올라가야 했던 길들, 더없이 춥고 외로웠던 길들, 또 갈 수 없었던 길들과 가지 않아야 했던 길들을...

가장 옳다고 자신하며 온 그 길들을 돌아 보았을 때, 마치 눈 덮인 들판에 비뚤어지게 난 발자국들처럼, 겨우 그렇게 걸어 온 것을 발견했을 때의 실망감과 좌절감들도 생각해 본다. 미로 같은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주저하며 방황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런데 다시는 되돌아 가고 싶지 않고, 가서도 안 되는 그 기막힌 상황에서, 한 길, 그 한 길을 보여 주신 그분을 만났다. 주 예수님, 그분께서 찾아오셔서 나를 만나 주신 것이다. 그분이 보여 주신 그 길은 바른 길, 참 길, 단 하나의 길, 진리의 길이고, 생명의 길이었다. 영원으로 연결되는 길이었다. 너무나 놀랍고도 귀한 만남이었고, 또한 내 인생길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하고 필연적인 만남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에 번쩍이는 섬광처럼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만남이었고, 나를 창조하신 그분과의 재연합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가신 길은 십자가의 길이었고,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말씀을 듣고 머뭇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분이 가신 길. 그 십자가의 길. 그 십자가를 지고 영문 밖으로 나아가신 길. 내가 어떻게 그분처럼 그러한 길을 갈 수 있을까! 어떻게 기막히고 부끄러운 죄의 짐을 지고 영문 밖으로 나아갈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굉장한 수치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그 죄의 짐을 지고, 어떻게 그 많은 군중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망설이며 서성거리는 내게 그분은 말씀하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내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불가능하게 보이는 그 길, 십자가의 그 길을, 그저 그분을 믿고, 그분께 맡기고 따라 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나의 모든 것, 죄의 짐, 인생의 무거운 짐, 아픔과 고뇌, 슬픔과 눈물도 다 맡기고 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 길은 생명의 길, 영원한 길이므로. 따라가겠다고 나선 내게 그분은 방법까지 가르쳐 주신 것이다.

남다른 인생길에서, 특별하게 만난 그 특별한 주님! 뒤돌아 보지 않고, 주님을 바라보며 그 길을 걸어 가겠다고 결심하고 떠난 지 몇십 년인가. 오랜 세월 이 길을 걸어온 것은 주님의 은총이었다. 그분과 같이 떠나온 이 길에 후회는 없다. 그저 감사할 뿐. 이 길은 천국 가는 길이고,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기까지 걸어갈 길임을 나는 안다.

기막힌 것은 내 안에 남아 있는, 옛 길과 세상 길을 좋아하는 옛사람의 속성이다. 주님을 만나, 그분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면서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세상의 유혹.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탐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금단의 열매를 따러 가고 싶은 그 유혹. 그것은 너무나 집요하고 강렬하며, 헤어나기 어렵고, 비참한 패배감을 주며, 내면의 싸움이 너무나 처절하여 내 영혼의 흔들림을 느끼기도 한다. 얼마나 자주 비틀거리며 넘어지는지, 얼마나 많은 유혹을 느끼는지 주님은 아신다. 길을 가다가 정말 지쳤을 때, 단 한 걸음도 더 내딛지 못할 때, 주저앉아 버리고 말 때, 그때 나는 그분과 대화한다. 적나라한 내 모습, 실패한 모습 그대로, 그분 앞에 앉아 대화를 한다. 형제자매를 사랑하다가 미움을 되돌려 받을 때, 형제자매의 이익을 위해 일하다가 손해볼 때, 내 마음의 진실한 자세를 오해받을 때, 그때도 내게는 그분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분만이 내 문제의 해결자이시므로... 그분만이 내게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주시는 분이므로...

언제나 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주님. 나를 만드신 분, 곧 나의 오장육부, 세세한 감정의 실낱까지 다 헤아리시는 주님, 그분이 계시기에 나는 힘을 얻는다. 이 길을 다시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는 새 힘을.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는 날까지, 주님께서 예비하신 그 집에 갈 때까지 주님께서 성령으로 내 안에 계셔서 인도하시고 주장하시며 동행하실 것을 나는 확신한다. 할렐루야!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 14:6).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욥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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