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순 / 대한Books

‘언제였던가! / 콩나물시루 같았던 밥상머리 / 내일 찾을 꿈들이 / 옹기종기 접시로 앉아 있었던 아침 // 줄줄이 내민 고사리 손이 / 만들어 주었던 뿌듯함 / 한숨조차도 / 행복이었더라 // 언제였을까 / 잡힐 듯 저만큼 / 어항 속에 고여 있다 / 붕어 한 마리 꼼지락대는 // 눈 뜨면 / 빈 둥지에서 / 먹는 일조차 권태로운 / 단촐한 밥상 // 또 하루 / 주어진 날 위해 / 팔 다리 뻗어가며 / 스트레칭한다 / 밤새 고여 있던 공기가 / 엷은 호흡 따라 움직이고 있다(노인의 아침, 본문 중에서)’
본지에 정기적으로 수필을 보내 주시는 윤효순(강효순)님의 두 번째 수필집이 출간되었다. ‘몇 달 전 아버지께서 소일삼아 그리신 그림을 보게 되었다. 전문가의 눈이나 세상의 잣대로 어떤 평가를 한다 해도 나에게는 소중하기만 한 90이 넘으신 연세에 찾은 장한 내 아버지의 솜씨였다. 희망도 소망도 모두 사라지고 세상의 구석에서 외로이 계시는 줄 알았는데 기쁨을 찾아내신 것이다. 내 눈도 빛나기 시작했다. 귀하게 그리신 것을 사장시킬 수는 없었다. 그동안 써놓았던 글들과 함께 책으로 묶기로 했다... 이 책이 세상에 나가서 약하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위로가 되며, 부모님을 마음껏 섬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자녀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는 저자의 수필과 시, 그리고 구순을 넘긴 아버지의 연필 그림 몇 점이 함께 들어 있다(아래 그림). 집은 아니지만 책이라는 공간 안에서 아버지와 함께 머물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저자는 말한다. 윤효순님은 ‘대한문학’을 통해 수필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별 속에 숨은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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