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 삼인출판사

-교회 안에서 예수를 거룩, 거룩하신 만왕의 왕으로 더 높이면서도 교회 밖에서는 지극히 적은 사람들을 더 적은 자로 축소시키는 일에 주저하지 않으며, 이미 열등감으로 부당하게 시달리는 꼴찌들을 더욱 잔인하게 꼴찌 자리에 못 박는 일을 서슴지 않고 강행하는 기독교의 현실을 볼 때마다 저는 또한 전율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예수가 지금 우리 곁에 오시어 제도교회에 오신다면(저는 오시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도무지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지 못하겠군요. 이들이 나를 믿는다고 하는 기독교 신자라면 나는 결단코 기독교 신자가 아닙니다. 나는 갈릴리 예수입니다.”(본문 중에서)
교리의 예수는 한국교회에 건재한데, 사랑의 예수와 평화의 예수는 실종되고 말았다고 외친 『예수 없는 예수 교회』(2008)를 출간한 뒤에도 한국교회가 예수를 우악스럽게 교회에서 추방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된 저자는 새길교회 등에서 설교한 내용을 엮어 이 책을 내놓았다. 한국교회와 예수따르미들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한 책이다. 진정한 예수따르미가 되려면 예수의 바보스러움을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바보란 “바로 보고, 바로 보살펴 주는 사람”을 뜻한다. 즉 일상성의 테두리 안에 사는 사람들이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을 바로 보기에 바보이고,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죽어가는 사람을 모른 척하지 않고 바로 보살폈기에 바보라는 것이다. 기득권을 즐기는 힘 있는 사람들은 바보들을 왕따시키고, 핍박하고 착취하고 차별한다. 저자는 예수의 말씀 중에서 바보 같은 메시지에 주목하고, 바보스러운 선택으로 일관한 삶과 죽음, 부활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바보 같았던 선택은 바로 십자가를 지고 죽음에 이르는 패배의 길을 선택해 갔다는 점이다. 제자들이 만류하고 예수를 지지하던 민중이 등을 돌리는 외로운 선택이었으나,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이 부활의 기적으로 이어져 초대교회의 숭고한 정신이 되었으므로, 진정한 예수따르미들은 예수의 바보 같은 선택을 가슴 깊이 새겨 본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 한완상은 서울대와 미국 에모리대에서 사회학을, 유니온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서울대 문리대 교수, 방송통신대와 상지대 총장,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학적십자사 총재를 역임했다. 이 외의 저서로 『한국 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현대사회와 청년문화』,『지식인과 허위의식』,『민중과 지식인』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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