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5:13-20

십여 년간 같은 버스로, 같은 노선에서, 같은 승객들을 실어 나르던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어느 날 갑자기 버스를 몰고 시내를 벗어나 부산으로 가버렸습니다. 우리도 가끔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다 엎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청중 가운데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모든 것과 인연을 끊어 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지켜온 법과 원칙들이 이젠 효력이 없어졌습니다. 못 쓰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합시다. 예수님!” 이런 심정의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도 안식일 법, 음식 먹는 법, 금식하는 법 따위를 형식과 습관으로 지키는 것을 비판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아 주셨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나 폐하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오 완전케 하려 함이로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7-18).
믿음은 과거의 터 위에 세워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가리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자손이요, 라헬과 룻과 세례 요한의 자손이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성서적 전통 곧 하나님의 계시의 연속선상에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는 별개가 아닙니다. 두 이야기는 서로 이어지고 서로 교차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교차점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과거 위에 믿음의 집을 지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세대가 예배나 선교 사역에서 새로운 구조물을 건설합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구조물은 느헤미야가 그랬던 것처럼 옛 돌로 지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세대를 추구한다고 해서 낡은 것을 무조건 거부한다면 그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과 같습니다.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함께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모세이신 예수님은 낡은 법이 못 쓰게 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대답하시면서 마태복음을 이해하는 열쇠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과거의 좋은 것들은 보존해야 한다고 여기셨습니다. 한편 현재의 생활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온전해야 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믿음은 복종을 요구합니다.
낡은 법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법 따위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 바리새인은 그 당시 율법을 지키는 면에서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바리새인은 최고의 율법 준수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주님의 자녀가 그 최고보다 더 나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무슨 짓을 하 든 상관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대로 하라고 합니다. 수단 방법 가릴 것이 없다고 합니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신경 쓸 것 없다고 합니다. 남이 상처를 받고 망하는 일이 생겨도 상관 말고 뜻대로 하라고 합니다. 남을 넘어뜨리고 짓밟고라도 첫째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앨런 블룸(Allan Bloom)이라고 하는 분은 “미국인의 닫힌 마음”이란 책에서 말하기를 대학교 신입생의 대부분은 가치란 상대적인 것이고, 절대 진리란 존재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법과 원칙이 없다면 이기심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무엇을 행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하는 일이 그 사람의 사람됨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하나님이 인원비례로 채점을 하시는 것처럼 자신을 최악의 것과 비교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최고보다도 더 나아야 하는 것입니다. 살인이나 간음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가까운 친구만 사랑하는 것으로도 부족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참 주님의 자녀는 이 모든 파괴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사랑의 행동으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세상을 향하여 증인이 됩니다.
우리는 소금이요 빛입니다(13-15). 우리는 사회에서 하나님이 보존하시고 침투해 들어가시고 정화시키시고 밝혀 주시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최고보다 더 나아져야만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를 따라가신 오직 한 사람, 그 분의 본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마 5:5:48).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