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당국 회담이 무산됐다. 북한은 11일에 우리측이 통보한 수석대표의 교체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방적으로 회담 대표단의 서울 파견을 보류하고 무산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있다.
북측이 내세운 수석대표는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이다. 조평통에는 위원장이 공석이고 부위원장이 여러 명 있다. 서기국 국장은 부위원장보다도 아래급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직제와 비교하면 차관보급, 통일부로 보자면 1급 실장 정도로, 남측의 장관급에 비하면 격이 낮아도 한참이나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남측은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통보하자, 북측은 수석대표를 통일부 장관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나서며 결국 이를 빌미로 회담을 무산시킨 것이다.
북측은 이번에도 또 다시 통할 수 없는 어린아이 같은 억지를 부린 것이다. 이에 한 일간지는 “정부간 회담에서 당사자들이 대표의 격(格)을 맞추는 것은 상식이고 예의다. 그런데도 과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우리는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데 반해 북은 우리 부처의 국장급 정도인 내각 책임참사를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 북은 조평통의 실무 책임자급을 대표로 내세우면서 우리에게는 장관을 나오라고 했다니 정말 회담을 하자는 것인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북측은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다음날,‘대화 분위기 조성은 중요한 현실적 문제’라는 논평을 통해 “북남대화는 6·15공동선언이 강조한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기초해야 한다”며 엉뚱한 주장을 폈다. 신문은 “우리의 주동적 대화제의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는 지금 그를 위한 분위기를 적극 고조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북남 대화 분위기 조장을 위해서는 대화에 임하는 자세와 입장을 올바로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화 상대방을 적대시하거나 의심부터 앞세우는 것은 진심으로 대화를 바라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북남간의 대화와 신뢰를 바란다면 속에 품은 칼부터 버리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며 회담 무산 책임을 남측에 떠넘겼다.
이어 “대화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나 도발적 행위를 중지하는 것은 북남대화를 추동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며 “대화의 성과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동족을 겨냥한 도발적인 전쟁연습들을 중지하는 등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상투적인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와 같은 언행은 북측의 상습적인 억지이기에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동일한 작태를 얼마나 많이 해왔던가! 다만 이러한 작태는 북측 스스로 자멸을 부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북의 현실을 보자.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어린 청소년들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을 시도하며, 인민군이 허기를 채우려고 동네를 급습하여 먹거리를 탈취하거나 탈영을 일삼는가 하면, 심지어 인육을 돼지고기로 속여 거래하는 등 인간 최악의 상황이 아닌가? 이러한 때 관리들은 한시가 급하게 살 길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고의적으로 기피하는 일은 스스로 자멸을 부르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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