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들과 같이 보낸 9개월이 한순간처럼 느껴졌다. 지난 가을,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하던 주체할 수 없는 피로감 때문에 의사를 찾았다. 검사 결과, 몸속에 들어 있는 물혹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을 데리고 이곳에 정착한 후 밤낮으로 일을 했다. 이제는 노심초사했던 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대학을 마친 아들도 어렵고도 어렵다는 의과대학원에 합격하여 한숨을 돌리던 차였다.

그런 그녀에게 수술은 또 다른 두려움이었다. 그녀의 눈물만큼이나 차분하게 겨울비가 내리던 12월 어느날, 가게 유리문을 밀치고 저벅저벅 들어서는 아들을 보며 그녀는 꿈인가 했다. 공부에 방해가 될까 하여 아프다는 소식도 전하지 않았는데 아들이 온 것이다.
평소와는 다른 엄마의 목소리가 염려되어 엄마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수술 소식을 듣게 된 아들이 휴학을 하고 온 것이다.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엄마가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할 때가 지금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묻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느새 의젓하게 성장한 아들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은 때문인지 수술 후 회복은 놀랍게도 빨랐다. 몸의 회복만이 아니라 같이 예배드리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사이에 마음에 도사리고 있던 아픔까지 모두 치유가 되었다. 그렇게 금쪽 같은 9개월은 앞으로 또 올지 모를, 아니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위하여 엄마의 가슴 은행에 소중하게 저축되었다. 장가도 가기 전에 엄마가 늙어 버리는 것이 싫다는 말을 남기고 아이는 학교로 돌아갔다. 그녀는 여유있게 웃으면서 아들의 등을 떠밀었다.

혼자 남은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제가 기른 것이 아니지요. 저는 저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넣어줄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하나님이 하셨지요? 제 건강도 저만의 것이 아니라 저 아이의 꿈과 미래와 결탁된 것 아시지요? 아이의 미래까지 맡아 주실 것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떨여져서 그녀의 무릎을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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