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1인치의 종이 위에 오직 선만을 사용해 100개의 각각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도 몇 장쯤 그릴 수 있으리라. 또 특출한 재주가 있어 10장 혹은 20장의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사람 을 보며 우리는 감탄할 것이다.

얼마 전에 지문에 대한 글을 읽다가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사람의 손가락 끝 매듭에 있는 땀샘 입구가 융기한 선을 따라 만들어지는 모양인 지문은 사람마다 독특하여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할 때 활용하며, 범죄 수사에서도 그 공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금 지구상에는 70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지금까지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다 갔다는데, 그 모든 사람들의 지문이 다르다는 사실이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그 작은 공간에서 한 사람도 같지 않은 모양이 선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지문처럼 생활 속에 너무 밀접해 있어서 놀라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일들 중에서 새삼 놀라게 되는 것들이 또 있다. 생각도 그 중 하나인 듯하다. 생각은 머리 즉 뇌에서 지시한다고 한다. 어떤 뇌이든 물과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그리고 무기염이라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세포는 누구의 것을 막론하고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을 텐데, 어떤 이는 한없이 큰 생각으로 세상을 품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송곳 찌를 틈도 없이 각박한 생각을 해내는 것을 보기도 한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말을 들어도 서로 다른 이해를 하는 것 또한 같은 구성물로 이루어진 뇌가 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게는 나의 걸음걸이, 손놀림, 음식의 맛을 보는 기쁨과 소화를 비롯하여, 몸 안 필요한 요소요소마다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도 뇌가 한다고 한다. 건강했던 40대 중반의 한 손님은 아무리 먹어도 힘을 쓸 수가 없고, 일은 고사하고 일상 생활조차 할 수 없게 되어 병원을 찾았다 했다. 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영양소가 필요한 곳을 찾아가지 못하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고 했다. 세상에! 뇌에서 그런 일까지 하고 있다니!
큰 일은 또 어떠한가. 우주선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여 편리한 생활을 가능케 해주는 과학과 나날이 발전해 생명을 구하고 연장시키는 의학, 그리고 경이롭게 건설되는 도시도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또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 국가간의 전쟁 등도 따지고 들어가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뇌에서 나오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머리보다 작은 그것은 때론 엄청나게 깊은 생각으로 인류를 유익하게 하는가 하면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게 거창하고 먼 곳의 예를 들어가며 혼란스러워 할 필요도 없다. 똑같은 사건을 놓고도 시간과 환경 아니 피곤한 정도에 따라서 나의 생각이 달라지는 사실만 보아도, 어떻게 작은 머리 안에 있는 뇌에서 시시각각으로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놀랍기 그지없다.

내 몸에 있는 지문과 뇌, 이 두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온 세상을 울리는 천둥은 물론 미세한 나의 한숨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신 분이다. 온 우주의 주인이시자 그 우주 안의 작은 혹성인 지구 위에 한 점 지붕 밑에 앉아 있는 내 마음까지도 다 아시는 신비하기만 한 하나님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한 번 생긴 지문은 평생 바꿀 수 없지만 누구나 생각의 방향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픔이 몰려올 때 기쁨의 기억을 되살려 아픔을 덮을 수 있고, 슬픔을 희석시킬 수 있고, 바르지 못한 길로 가고 싶을 때 양심을 열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생각이 시간을 만날 때 스스로가 지향하는 대로 생각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혜로 가능할 것이다.

이 세상의 긴 역사를 통틀어 단 하나밖에 없다는 소중한 나의 지문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았다. 하나님께서 “넌 내가 만든 단 하나밖에 없는 독특하고 귀한 작품이란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독특한 작품인 나,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에 알맞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물꼬를 하나님께로 돌려서 언제나 풍성하신 그분의 사랑을 덧입고 사랑 덩어리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은 욕구가 밀려오고 있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