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보내는 동안 페이스북에 “35여 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쓰고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사진은 긴 치마에 슬리퍼를 신은 편안한 차림의 박 대통령이 백사장에서 나뭇가지로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과 선글라스를 쓴 채 배의 난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 등 5장이다.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특히 격리되어 고독해질 때 오기 마련이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만한 친구나 신뢰할 만한 이웃을 찾지 못했을 때 겪게 되고, 더 나가서는 모든 책임을 홀로 져야 하는 막중한 지위에 있을 때 더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우 목회자들이 겪는 고독이나 그리움도 예외일 수 없으며 대기업의 총수나 고위급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그리움이나 고독은 인간만이 겪는 감정으로 이 증상이 심해질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해지거나 난폭해지고 독선적인 성격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베냐민 사람인 사울은 본래 준수하고 건장한 인물이었다(삼상 9:2). 그리고 그는 여호와의 신에 크게 감동되어 새사람이 되었으며, 선지자들과 함께 예언까지 했다. 거기에다 겸손의 미덕까지 갖추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뽑힘을 받던 때에는 쌓아 놓은 물건 뒤에 숨어 나오지도 못했다. 심지어 자신을 비난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관용과 인내를 보이는 여유도 있었다(10:27). 이처럼 왕위에 오르기 전 사울은 온유하고 겸손한 모습을 유지했으며, 암몬 사람들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한 후에도 그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12:12). 그러나 왕위에 오르자마자 그는 선지자 사무엘과의 대화가 끊기는 비극을 초래하면서 독선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에 하나님과 선지자 사무엘로부터 버림을 받은 후부터 대화가 끊어지고 따라서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시행해야 했던 고로, 그의 마음에는 불안과 초조, 난폭과 살기가 서리게 되면서 자신을 충성스럽게 돕던 다윗과 신복들에게 온갖 포악을 행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울의 망령된 행동은 모든 대상과의 단절, 고독과 소외로 인한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빈부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채울 수 없는 고독과 그리움에 사로잡혀 살아가야만 한다. 부를 더 많이 축적할수록, 그리고 권력이나 명예를 더 많이 가질수록 남이 모르는 고독과 그리움이 더 큰지도 모른다. 최고의 권력이나 명예를 누리던 정치인이나 인기 배우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아도 인간이 굶주리거나 헐벗어 비극 속에 살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고독하거나 못 견딜 그리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역대 대통령에 비해 신선한 인상을 주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녀가 느끼는 그리움의 감정이 주변과의 대화 단절로 인한 외로움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사울이 겪었던 바, 그 전철을 벗어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사람으로부터 단절됨으로써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신 것을 후회하셨으며(16:35), 결국 사울은 악령에 시달리다 다윗을 비롯하여 많은 신복과 친자식에게까지 포악과 저주를 마구 퍼부으며 최후에는 전쟁터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치는 비극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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