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처음 다니면 새롭게 쓰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주님, 예배, 찬송, 특송, 축도, 주일, 세례, 전도, 선교, 묵상, 성찬, 회개, 중생, 신유, 비전, 은사.... 그런 것들이다. 물론 그 가운데 은혜도 끼워 넣어야 한다.
  원래 은혜는 기독교 용어가 아니었다.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금방 아는 일이다. 기독교 신자라면 무조건 학대하는 이북에서도 ‘수령님의 은혜’가 모든 인민의 입버릇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은혜받는다’는 말이 신자들의 사용빈도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다”(엡 2:8)는 구원론 말씀 때문이다.

 은혜와 비슷한 말로 ‘은사’도 있다. 성경학자들은 그 둘이 모두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점은 공통이지만 은혜는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고 은사는 봉사와 헌신을 위한 선물이라고 구별한다. 아무튼 은혜나 은사는 성경 원말에서 ‘기쁨’을 뿌리삼고 있다. 그래서 은혜나 은사는 기쁨의 선물 혹은 행복한 선물을 뜻한다. 교회 친구들을 만나면, “이번에 은혜 엄청 받았어요.” 혹은 “집사님, 은혜 많이 받으셨어요?” 그런 말을 흔히 듣는다. 교회에는 예배 ‘드리러’ 가지만 실상 하나님으로부터 더 값진 은혜를 ‘받아가지고’ 돌아온다. 그리고 은혜 받게 되면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은혜를 흠뻑 받으려면 ‘은혜의 통로’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깃줄이 있어야 전력을 사용하고 수도관이 있어야 물을 받을 수 있듯이 은혜도 받는 ‘통로’가 있다. 성경학자들은 말씀, 기도, 세례와 성찬, 찬송, 헌신을 은혜 받는 5대 통로라고 말한다. 헌신에는 헌금, 봉사, 간증, 전도가 포함되고 또 ‘친교’를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신자는 화장실에서 받은 은혜를 간증하는 것도 들었다. 대소변이 쏟아져 내릴 때마다 자신의 죄가 깨끗이 흘러나가는 것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어떤 성도는 남편의 얼굴에서 은혜를 받는다. 남편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가득하면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그러나 얼굴이 표독스럽거나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에는 심장 속에 있는 사탄과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기도하며 은혜 받는다는 아내의 간증이다.

골프장에 가서 은혜 받는 그리스도인들도 많이 있다. “푯대를 향하여... 달려 가노라.”(빌 3:14)는 말씀을 생각하며 은혜를 받는다. 골프채를 올릴 때에는 ‘푯대를’ 하고 외치고, 내리칠 때에는 ‘향하여’ 하고 외친다고 했다. 공도 더 멀리 그리고 깃대를 향하여 신나게 날아가더란다.  

은혜는 전천후로 받아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뜨거운 은혜를 받고, 추우면 냉정한 은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뜨거운 가슴, 냉정한 머리’를 이상적 신앙으로 삼게도 된다. 그런데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머리가 잘 섞여져서 ‘따뜻한 인간성’을 갖게 되면 더 좋은 은혜가 되지 않을까. 게다가 폭풍이 난폭하게 부는 날에는 오히려 더 보드라운 은혜를 받는 체질이 된다면 그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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